블랙핑크 지수 어쩌나…'설강화' 협찬사 줄줄이 '손절'

입력 2021-12-20 07:37
수정 2021-12-20 10:19

'설강화'에 대한 반감이 '조선구마사'보다 빠르게 번지고 있다.

JTBC 새 주말드라마 '설강화' 방영을 중단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지난 19일 게시된 지 하루도 안 돼 답변 기준 인원 20만 명을 돌파했다. 이는 올해 3월 역사왜곡 논란으로 방송 2회 만에 폐지된 SBS '조선구마사'의 이틀보다 빠른 속도다

드라마 제작 지원에 참여한 협찬사들의 '손절'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설강화'에 협찬해 죄송하다"면서 가사과문을 올리는 한편, 제품 철회까지 요청하는 상황이다.

드라마에 등장한 가구를 혐찬했던 흥일가구는 "저희는 마케팅팀이나 경영팀이 따로 없는 단순 소기업"이라며 "협찬 담당 기획사로부터 협찬 요청을 받았을 당시 해당 드라마 대본에 대한 자세한 사전 고지를 받은 바 없고, 검토를 진행할 인력이 없었기에 응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단순 제품 협찬임을 강조하면서 "금전적인 이득과 협찬은 일절 없었고, '설강화' 측에 가구협찬 관련 사항 삭제 요청을 했으며, 사전제작 드라마라 100% 제품 철회는 불가능하다 하여 최소한의 노출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의상협찬사 중 한 곳인 가니송 역시 "'블랙핑크 지수 씨가 1980년대 인기 많은 대학생 설정으로 출연한다. 감독님 전 작품으로는 '스카이캐슬이 있다'는 내용만 전달받았다"면서 역사왜곡 드라마에 자사 제품을 협찬한 것을 사과했다.

가니송 역시 "사전제작 드라마다보니 제품 노출을 완전하게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으나 최대한 노출을 막을 수 있도록 계속해서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며 "이후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협찬을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1회에서 여주인공 영로(지수)가 먹은 떡을 협찬했던 싸리재마을 측 역시 "협찬요청이 처음이라 그저 홍보가 될 거라 단순하게 생각했다"며 "89학번으로 민주화 시위에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정말 부끄럽다"면서 청원 글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한스전자와 도자기 협찬사인 도평요 역시 "작은 규모의 회사라 꼼꼼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협찬을) 진행하게 돼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사과의 말씀 드린다"며 제품 반환과 해당 장면 삭제, 로고 삭제 등을 요청했다는 안내문을 게재했다.

협찬사가 아님에도 협찬사로 이름을 올린 블랑쇼는 "변호사를 통해 방송에 정정요청 중"이라며 "잘못된 정보로 인한 오해가 없길 바란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협찬 리스트 오류로 인한 피해 발생 시 반드시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몇몇 시청자들은 협찬 및 제작지원 리스트를 공유하며 불매 운동을 결의했다. 프로그램 앞뒤로 상영되는 광고사에 항의를 독려하며 전화 번호를 공유하기도 했다.

'설강화'는 올해 3월 원제 '이대기숙사'의 시놉시스 일부가 유출되면서 남자주인공이 운동권인 척 하는 간첩으로 설정된 점, 또 다른 남자주인공이 안기부 팀장이지만 '정의롭고 대쪽같은 인물'이라 소개된 점을 문제 삼으며 역사왜곡 우려가 불거졌다. 안기부에서 민주화운동을 하던 무고한 사람들을 고문할 때 주로 사용했던 죄명이 '간첩'이었기 때문.

또한 여주인공의 이름이 영초라는 점도 '영초언니'로 유명한 민주화 운동가 천영초의 이름을 딴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에 JTBC 측은 "'설강화'는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고 안기부와 간첩을 미화하는 드라마가 결코 아니다"며 "현재의 논란은 유출된 미완성 시놉시스와 캐릭터 소개 글 일부의 조합으로 구성된 단편적인 정보에서 비롯됐고, 파편화된 정보에 의혹이 더해져 사실이 아닌 내용이 사실로 포장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여자주인공의 이름을 '영초'에서 '영로'로 수정했다.

연출자인 조현탁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방영 전부터 불거진 우려에 불편함을 드러냈다. 조 감독은 "창작자들이 작품에 임할 때 최선을 다해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만든다"며 "그 부분을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고, 방송 전부터 (논란에 대해) 얘기를 하는 게 창작자에게 고통이고 압박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설강화'는 1987년을 배경으로 하지만 군부정권이라는 것 외에 모두 가상의 인물, 가상의 배경"이라며 "청춘 남녀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담기 위한 설정이고, 그 안에서 저희들만의 리얼리티와 이야기를 소신껏 만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첫 회 방송부터 남자주인공 수호(정해인)가 여당 측 대표 브레인인 교수에게 접근하며 간첩 행위를 하고, 수호가 간첩인 줄도 모르고 시위하다 쫓기는 줄 알고 영로(지수)가 도와주면서 두 사람의 로맨스가 싹트는 것으로 그려졌다

또한 수호가 안기부 직원들에게 쫓길 때 나오는 배경 음악이 민주화 동시 학생들이 사용하던 안치환의 '솔아 푸르른 솔아'가 사용됐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