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용과 낮은 생산성으로 시장에서 퇴출된 미니밀(열연강판용 전기로)이 탄소중립 바람을 타고 다시 돌아왔다. 철강업계가 배출가스 감축이라는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 탄소배출량이 고로의 4분의 1에 불과한 미니밀을 재도입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20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2027년까지 총 2기의 전기로를 도입하기로 했다. 총 생산 규모는 연산 200만~250만t에 이를 전망이다. 우선 1973년 도입한 국내 최장수 고로로 오는 29일 가동이 끝나는 포항제철소 1고로(130만t)를 미니밀로 대체한다. 포스코 관계자는 “우선 2기로 시작하지만 다른 고로의 폐쇄 시기와 맞물려 순차적으로 미니밀을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니밀은 전기열로 쇳물을 만든다는 점에서 철근과 봉형강류를 생산하는 일반 전기로와 같지만, 후속 공정을 붙여 고로에 의존하던 열연 등 판재류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포스코는 미니밀 원료로 고철과 함께 직접환원철(HBI)을 쓰기로 했다. 천연가스를 활용해 철광석에서 순수 철성분만 뽑아낸 가공 원료다.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고로 수준의 고품질 강판을 생산하기 위해선 불순물을 최소화한 재료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포스코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탄소 배출이 적은 액화천연가스(LNG)와 신재생에너지로 만든 전력으로 두 기의 전기로를 가동할 계획이다.
미니밀은 1990년대 중반 원료 다각화 차원에서 국내 철강업체가 도입했지만 전기료 부담 등으로 적자가 지속되면서 2010년대 중반 사라졌다. 1996년 미니밀을 도입한 포스코도 2015년 사업을 접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