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들은 올해 공격적으로 상장지수펀드(ETF) 매수에 나섰다. 이달 17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보유한 해외 주식 10개 종목 중 3개가 ETF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까지만 해도 상위 10개 종목 중 ETF는 하나도 없었다. 서학개미들이 주목한 ETF들의 올해 수익률을 살펴봤다. 나스닥 지수 ETF 쓸어담아
2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들고 있는 해외 ETF는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 ETF(QQQ)’다. 총 13억3910만8076달러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이 ETF는 미국 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한다. 올 들어 17일까지 수익률은 24.05%에 달한다. 작년 말에도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보유한 ETF였다.
나스닥 지수를 향한 서학개미의 애정은 레버리지 상품으로 이어졌다. 나스닥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프로셰어스 울트라프로 QQQ ETF(TQQQ), 2배로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 QQQ ETF(QLD)’도 모두 보유 규모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올초 이후 수익률은 각각 71.39%, 48.08%에 달한다. TQQQ의 경우 올 들어 테슬라에 이어 두 번째로 서학개미들이 많이 순매수한 종목이다. 알파벳, 애플, 메타보다도 더 많은 금액을 순매수했다.
다만 금리 상승 국면에서 기술주 중심 나스닥 지수의 운명은 불투명하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동성의 힘이 사라지고 금리가 상승하는 국면에서는 기술주 내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며 “내년에는 나스닥 지수보다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학개미 보유 상위 10개 ETF 중 올초 이후 수익률이 가장 높은 건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콘덕터 불 3X(SOXL)’로 이 기간 98.01% 올랐다.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ETF다. H지수 ETF ‘줍줍’상위 10개 ETF 중 유일하게 올초 이후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상품은 ‘항셍 차이나 엔터프라이즈 인덱스 ETF’다. 이 ETF는 홍콩H지수(HSCEI)를 추종하는 상품이다. HSCEI는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본토 기업 주식 중 우량기업 40개 종목으로 구성된 지수다. 텐센트, 메이투안, 알리바바, BYD, 샤오미 등이 담겨 있다.
이 ETF는 올초 이후 22.48% 떨어졌다. 최근 1주일간 서학개미는 이 ETF를 1891만4068달러어치 순매수했다. 전체 국가, 전체 종목 통틀어 순매수 순위 11위다. 이 기간 순매수 규모로 ‘메타버스 대장주’로 주목받은 로블록스를 제쳤다. 하락세를 저가 매수 기회로 삼은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ETF 투자 열풍을 주도했던 ‘아크 인베스트 ETF’에 대한 서학개미들의 관심은 사그라들고 있다. 수익률 부진이 이유로 꼽힌다. 캐시 우드 아크 인베스트 최고경영자(CEO)의 대표작 ‘아크 이노베이션 ETF(ARKK)’는 올초 이후 이달 16일까지 22.02% 하락했다. ‘아크 게노믹 레볼루션 ETF(ARKG)’는 같은 기간 31.61% 떨어졌다.
17일 아크 인베스트의 주요 테마형 ETF가 급등했지만 ‘반짝 매수세’의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ARKK는 5.80%, ARKG는 7.65% 올랐다. 김도현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지난주 금요일에 나타난 일부 테마형 ETF의 급등은 중소형 성장주에 대한 투자심리 호전이 아니라 불안해진 투자심리를 반영하는 현상”이라며 “높은 공매도 비중에 따른 쇼트 스퀴즈(공매도 투자자들이 주가가 오르자 손실을 줄이기 위해 주식을 매수, 주가가 오르는 것) 기대 심리, 중소형 성장주의 과도한 낙폭을 의식한 반발 매수, 금리 하락을 활용한 매수 등이 이상 강세의 원인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