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미 "암울하고 어두운 코로나 시대, 한줄기 빛을 들려주고 싶어요"

입력 2021-12-20 17:08
수정 2021-12-21 00:35
“그의 목소리는 신이 준 최고의 선물이다.”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생전 소프라노 조수미(59·사진)에게 보낸 찬사였다. 조수미가 1986년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극장에서 데뷔해 천상과 지상을 목소리로 이어온 지 올해로 35년째. 그는 “기괴한 시기를 이겨내는 건 기도와 성찰이며, 위안을 주는 것은 음악”이라고 음악의 신에게 화답했다.

20일 조수미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바로크 시대 음악은 초월적인 종교적 힘을 지녔다”며 “코로나19로 인한 기괴한 시기를 이겨내는 데 바로크 음악이 큰 위안을 준다”고 밝혔다.

조수미는 이탈리아 악단 이 무지치(I Musici di roma)와 손잡고 새음반 ‘Lux. 3570’을 지난 10일 발매했다. 데뷔 35주년을 맞은 조수미와 창단 70년째인 이 무지치의 화려한 이력을 합쳐 음반제목으로 삼았다. 오페라의 여제(女帝)와 비발디 스페셜 앙상블이 17~18세기 바로크 시대 작품을 담았다. “고(古)음악인 바로크 작품을 연주하는 것이라 다른 장르보다 더 연구하고 깊이 분석했다”며 “녹음하며 저 자신에 대해서도 성찰했다”는 설명이다.

음반에서 이 무지치는 비발디의 ‘신포니아 RV168’와 유니코 바세네르의 ’기악협주곡 5번’, 토마소 알비노니의 소나타 Op.2 No.4, 도메니코 아비종의 ‘콘체르토 그로소 6번’ 등을 녹음했다.

조수미는 헨델의 오페라 ‘줄리오 체사레’ 중 아리아 ‘당신이 만약 내게 연민을 느끼지 못한다면’과 영화 ‘기생충’에 등장했던 오페라 ‘로델린다’ 중 ‘나의 사랑하는 이여’, 지오반니 페르골레시의 ‘스타바트 마테르’ 중 ‘비탄에 담긴 성모 서 계시다’ 등을 불렀다.

바로크 작품을 주로 실었지만 조수미와 이 무지치는 음반의 마지막 곡으로는 20세기 프랑스 작곡가 나디아 불랑제의 ‘영원한 빛’을 선택했다. 음반시장이 침체하고 코로나19에 관객을 마주하진 못하지만 이 곡으로 희망을 노래하고 싶었다는 취지다. 그는 “피날레 곡으론 밝은 작품을 부르고 싶다고 주장했다”며 “지금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이 암울하기만 한데, 한줄기 빛을 들려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음반 발매에 맞춰 그는 지난 18일부터 전국투어도 시작했다. 지난 7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귀국한 조수미는 10일간 격리를 마치고 부산 공연을 시작으로 19일 세종 예술의전당을 찍고 이 무지치와 함께 전국투어를 하고 있다. 음악을 통한 구원을 전달하길 갈망하는 조수미의 강력한 바람이 연주회를 성사시켰다. “한국 투어는 올해 가장 고대했던 일이었습니다. 방한 연주를 하려면 10일간 자가 격리를 해야 한다는 방침이 발표된 후 공연을 포기하려는 이 무지치를 적극 설득했습니다. 관객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은 절실함 때문이었죠.”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