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설강화' 제작지원 P&J 손절 선언…"안기부 미화 몰랐다"

입력 2021-12-20 12:09
수정 2021-12-20 13:02

'설강화' 3대 제작지원사 중 하나인 P&J 그룹 넛츠쉐이크 측이 가장 먼저 광고 철회를 선언했다.

P&J 그룹 정경환 대표는 20일 한경닷컴에 "홍보 에이전시의 소개로 '블랙핑크 지수, 정해인이 나오는 드라마'라며 협찬 제안을 받았다"며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한 채 홍보 효과가 좋을 거라는 말을 듣고 내용에 대해 인지하지 못한 상태로 투자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방영 전 논란이 됐을 때 "드라마 담당자님이 문제가 될 내용은 편집돼 심의가 통과돼 방송된다고 해서 더 자세히 체크하지 못했다"며 "민주화 역사를 왜곡하고, 안기부를 미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접한 후 방송이 나간 직후 제작사에 협찬 고지 철회 요청을 드렸고, '3회부터 자막 광고에서 빼주겠다'는 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논란으로 손해가 막심하다고 밝혔다. 해당 제품은 올해 론칭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해왔다. 인플루언서들에게 제품 협찬 광고 등도 진행해 왔지만 "'설강화' 논란 이후 몇몇 연예인들은 저희 제품 사진을 삭제했더라"라고 막대한 이미지 타격을 우려했다.

이어 "공식 SNS에 '망해라'라는 글이 올라오고, 투자까지 물 건너 갈 수 있는 상황"이라며 "손해가 막심하다"고 호소했다.


'설강화'는 올해 3월 원제 '이대기숙사'의 시놉시스 일부가 유출되면서 남자주인공이 운동권인 척 하는 간첩으로 설정된 점, 또 다른 남자주인공이 안기부 팀장이지만 '정의롭고 대쪽같은 인물'이라 소개된 점을 문제 삼으며 역사왜곡 우려가 불거졌다. 안기부에서 민주화운동을 하던 무고한 사람들을 고문할 때 주로 사용했던 죄명이 '간첩'이었기 때문.

또한 여주인공의 이름이 영초라는 점도 '영초언니'로 유명한 민주화 운동가 천영초의 이름을 딴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에 JTBC 측은 "'설강화'는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고 안기부와 간첩을 미화하는 드라마가 결코 아니다"며 "현재의 논란은 유출된 미완성 시놉시스와 캐릭터 소개 글 일부의 조합으로 구성된 단편적인 정보에서 비롯됐고, 파편화된 정보에 의혹이 더해져 사실이 아닌 내용이 사실로 포장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여자주인공의 이름을 '영초'에서 '영로'로 수정했다.

연출자인 조현탁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방영 전부터 불거진 우려에 불편함을 드러냈다. 조 감독은 "창작자들이 작품에 임할 때 최선을 다해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만든다"며 "그 부분을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고, 방송 전부터 (논란에 대해) 얘기를 하는 게 창작자에게 고통이고 압박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설강화'는 1987년을 배경으로 하지만 군부정권이라는 것 외에 모두 가상의 인물, 가상의 배경"이라며 "청춘 남녀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담기 위한 설정이고, 그 안에서 저희들만의 리얼리티와 이야기를 소신껏 만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첫 회 방송부터 남자주인공 수호(정해인)가 여당 측 대표 브레인인 교수에게 접근하며 간첩 행위를 하고, 수호가 간첩인 줄도 모르고 시위하다 쫓기는 줄 알고 영로(지수)가 도와주면서 두 사람의 로맨스가 싹트는 것으로 그려졌다

또한 수호가 안기부 직원들에게 쫓길 때 나오는 배경 음악이 민주화 동시 학생들이 사용하던 안치환의 '솔아 푸르른 솔아'가 사용됐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이후 협찬, 제작지원사들을 중심으로 '지원 철회' 선언이 이어졌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