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들의 참여를 키워 통신시장 경쟁을 활성화하는 게 목표였던 알뜰폰 시장이 사실상 대기업 통신3사의 '제2 무대'가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경쟁을 활성화해 통신 요금을 경감하겠다는 당초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윈회 양정숙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말 기준 통신 3사 자회사들의 알뜰폰 휴대폰 회선 점유율은 49.9%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알뜰폰 휴대폰 회선 시장의 절반 가량을 대기업 자회사들이 차지했다는 의미다. 알뜰폰 휴대폰회선 가입자 596만8000여명 중 297만5000여명이 통신3사 자회사를 통해 알뜰폰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중소 알뜰폰 사업자에 통신망을 도매가로 빌려주는 한편 각각 자회사를 통해 알뜰폰 소매 사업도 하고 있다. SK텔레콤은 SK텔링크, KT는 KT엠모바일·KT스카이라이프, LG유플러스는 LG헬로비전·미디어로그를 통해 알뜰폰 소매 사업을 벌이는 식이다.
통신3사의 알뜰폰 휴대폰 회선 시장 점유율은 올들어 7%p 가량 뛰었다. 최근 알뜰폰 휴대폰 회선 가입자 수가 줄어드는 와중에도 자회사를 통해 중소기업을 제치고 가입자를 확보해서다.
알뜰폰 가입수치엔 스마트워치, 태블릿PC, 자동차 등 사물인터넷(IoT) 디바이스를 온라인에 연결하는 통신회선이 포함된다. IoT 기기 확산 영향에 총 알뜰폰 가입회선수가 증가세지만, 실제 휴대전화 용도로 쓰이는 휴대폰 회선 가입자 수는 줄고 있다. 지난 1월 608만6000명 가량이었던 알뜰폰 가입자 수는 지난 10월 말 596만8000명으로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통신 3사 자회사를 통한 알뜰폰 휴대폰 회선 가입자 수는 34만2000여명 늘었다.
이같은 추세를 볼 때 통신 3사 자회사의 시장점유율을 제한해야 한다는 게 양정숙 의원의 주장이다. 그는 "알뜰폰 휴대폰 회선 시장을 통신3사 자회사가 싹쓸이하면서 알뜰폰 도입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며 "통신3사 자회사가 알뜰폰 시장까지 모두 점령하면 알뜰폰 사업 자체가 불필요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 의원은 현행 알뜰폰 시장 점유율 산정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IoT 가입자를 포함하면 알뜰폰 시장에서 통신 3사 자회사의 시장 점유율은 32%대로 줄어든다. 통신3사 자회사들이 알뜰폰 휴대폰 회선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해 과도한 마케팅 경쟁을 벌여도 크게 제재할 근거가 없는 이유다. 통신3사 지회사는 알뜰폰 전체 시장에서만 점유율 50%를 넘기지 않으면 된다.
양 의원은 "통신3사 자회사들이 수익이 큰 휴대폰 회선 가입자 유치에 주력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넓히고 있지만, 현재는 IoT 가입자와 휴대폰회선 가입자를 합쳐서 통신 자회사 점유율을 계산하고 있어 통신 자회사 점유율이 50%에 도달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현행 대로는 시장 왜곡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시장점유율 산정 방식을 즉시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