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의 이별통보에 화가 나 흉기로 수차례 찌른 4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피해자는 당시 두꺼운 패딩을 입고 있어서 화를 면했다.
18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5부(윤강열 부장판사)는 지난 16일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48)에게 1심과 같은 징역 3년을 선고했다. A씨는 올해 1월15일 전 여자친구 B씨에게 여러차례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고 있다.
두 사람은 약 2년간 교제했지만 A씨는 지난해 11월에 이어 지난 1월 B씨로부터 이별을 통보 받았고, 이후 B씨가 바람을 피운다고 생각해 B씨의 집 주변과 인근 숙박업소 주차장을 돌아다녔다.
범행 당일 오전 4시40분께 서울 성동구 한 숙박업소 주차장에서 B씨 차량을 발견한 A씨는 "바로 나오지 않으면 차를 박살내고 너와 남자를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했다. B씨가 곧바로 나오지 않자 A씨는 B씨의 차량 뒤에 자신의 차량을 바짝 주차한 뒤 집에서 흉기를 챙겨나와 B씨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약 4시간 후인 오전 8시58분께 B씨가 숙박업소에서 나오자 A씨는 "죽여버리겠다"며 B씨의 팔과 복부 등을 여러 차례 찔렀고, 자신의 차량에 B씨를 강제로 태운 뒤 재차 흉기를 휘둘렀다.
범행 시기가 한 겨울이었던 탓에 당시 B씨는 두꺼운 패딩을 입고 있었고, 이 때문에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겁을 주기 위해 흉기를 휴대하고 있다가 팔과 다리를 2회 찔렀을 뿐, 살인의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범행 장면이 찍힌 CCTV 영상을 보면 공격 당시 B씨가 입고 있었던 패딩에서 털이 많이 날렸다. 단순히 겁을 주기 위한 용도로 흉기를 소지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B씨에게 발생한 상해의 정도가 경미하긴 하지만 이는 B씨가 두꺼운 패딩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A씨의 살인 고의를 인정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역시 "A씨가 범행 당시 B씨 사망이라는 결과를 인식하거나 예견하고도 흉기를 휘두른 것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면서 "B씨가 처벌을 원치 않고 있지만 A씨가 사건 직후 현장에서 도망치는 등 죄질이 나쁘다"고 설명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