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배우자인 김건희 씨의 허위 경력 논란에 대해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서 죄송하다”고 공식 사과했다. 김씨 관련 보도가 나온 지 나흘 만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를 비롯해 당 안팎에서 ‘배우자 논란’에 대한 빠른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직접 수습에 나섰다.
윤 후보는 17일 서울 여의도동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국민후원금 모금 캠페인’ 후 기자들을 만나 준비해온 사과문을 읽었다. 그는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경력 기재가 정확하지 않고 논란을 야기하게 된 것만으로도 제가 강조해온 공정과 상식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제가 가졌던 일관된 원칙과 잣대는 저와 제 가족, 제 주변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며 “아내와 관련된 국민의 비판을 겸허히 달게 받겠다”고 했다. 윤 후보는 “낮은 자세로 국민께 다가가겠다.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사과문 발표 후 ‘배우자 관련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아까 말했듯이 법과 원칙에는 예외가 없다는 말로 대신하겠다”고 답했다. 허위 경력 관련 수사가 시작되면 받아들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윤 후보는 추가적인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윤 후보는 전날까지만 해도 김씨의 허위 경력 논란에 대해 “사실 관계 파악이 우선”이라며 공식 사과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 대응이 늦어져 사건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입장을 바꿨다.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후보가 사과 입장을 언제 내는 게 적절하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역시 라디오 인터뷰에서 “늦지 않은 시간에 입장 표명을 해야 한다”며 빠른 대응을 강조했다.
이날 윤재옥 국민의힘 선대위 후보전략자문위원장을 포함한 후보전략자문위원들과의 오찬 모임에서도 윤 후보의 빠른 결단을 촉구하는 의견이 나오자 국민에게 사과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자리에는 윤 위원장을 비롯해 최형두·엄태영·윤두현 의원, 정유섭 전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장남 도박 사건’에 대해 즉각 사과하고 나선 것도 윤 후보가 기존 입장을 접고 사과하기로 한 데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동훈/성상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