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팩 붙이고 외출했다가…'저온화상' 이렇게 무서운 줄은 [건강!톡]

입력 2021-12-19 08:28
수정 2021-12-20 08:56


올 겨울 야외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20대 남성 A 씨는 트렁크 속옷 위에 핫팩을 붙이고 일을 했다가 낭패를 봤다. 집에 와서 옷을 갈아입으려고 보니 양쪽 허벅지에 핫팩 모양으로 살갗이 빨갛게 벗겨진 것이었다. 그는 "생각지도 못했다. 추위를 조금이라도 피해보려고 핫팩을 사용했는데 저온화상을 입을 줄이야"라며 후회했다. 그렇게 뜨겁게 느껴지지 않는 전기매트, 온수매트, 온열 의자, 핫팩 등을 장시간 사용하면 A 씨처럼 저온화상을 입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의를 요한다.

저온화상은 일반적으로 화상을 유발하는 온도보다 낮은 40도~70도의 온도에서 발생하는 화상을 일컫는다. 저온화상의 경우 사람이 아주 뜨겁다고 느끼는 온도에 미치지 않기 때문에 회피 반응이 없어 장시간 노출되고, 피부 조직에 열이 축적돼 피부 세포의 손상이 일어난다.

저온화상의 증상으로는 피부 붉어짐, 간지러움, 색소 침착, 물집, 피부 괴사가 함께 일어날 수 있다. 이는 즉시 통증이 발생하는 고온 화상과는 달리 대부분 통증이 없고 증상이 경미해 치료 시기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초기 증상만 가벼울 뿐 뜨거움을 바로 인지하지 못해 피부 조직 깊은 곳까지 손상을 받는다. 저온화상 환자 10명 중 8명은 3도 이상의 중화상을 입는 것으로 조사됐다.

핫팩이나 온열기구를 사용하다 저온화상을 입었다면 먼저 장시간 열에 노출된 피부 온도를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흐르는 물에 10분 정도 열기를 식혀준 후 보습제나 화상 연고를 바르고 피부과, 화상 전문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한국건강관리협회에 따르면 1도 화상~얕은 2도 화상은 소독 치료를 하며, 깊은 2도 화상~3도 화상은 피부 이식술 등 수술 치료가 필요하다. 특히 물집이 생겼다면 피부 손상이 심할 가능성이 크다. 화상 부위에 알로에, 감자, 소주 등을 사용하는 민간요법은 2차 감염을 유발할 수 있으니 피하는 것이 좋다.

저온화상을 예방하는 방법으로는 다음과 같다. 전기매트·온수매트와 같이 따뜻하거나 후끈한 정도의 온도에도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피부 속 단백질 변성이 일어난다. 타이머 설정을 통해 장기간 사용을 피하고 매트가 피부에 직접 닿지 않도록 두꺼운 패드를 위에 까는 것이 좋다. 핫팩은 최고 온도가 70도까지 치솟았다가 40~50도의 온도를 유지한다. 피부에 직접 닿지 않도록 두꺼운 옷 위에 부착하고 KC마크와 안전 확인 신고번호가 있는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좋다.

사무실에서 주로 사용하는 전기 난로도 장시간 다리 가까이에 난로를 틀어놓으면 피부에 열선 모양의 자국이 생길 수 있다.1m 이상 거리를 두고 사용하고 피부가 건조해지지 않도록 보습제를 챙긴다. 평소 자주 사용하는 노트북도 저온화상을 일으킬 수 있다. 노트북 본체에서 열이 발생하는데 다리에 올려놓고 장시간 사용하다가 화상을 입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협회는 "저온화상 환자가 화상 전문병원을 방문하기까지 평균 2주가 소요된다고 한다"며 "흉터가 남지 않도록 조기에 대처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