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첨단 시대, 사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입력 2021-12-16 17:39
수정 2021-12-17 00:16
세상사 대부분은 양면적이다. 코로나19 확산은 많은 이의 삶에 짙은 그늘을 드리웠다. 하지만 어둠은 빛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 법. 전염병 창궐은 비대면 관련 산업엔 도약의 계기가 됐다. 정보통신기술(ICT)은 물론 데이터산업, 보건·의료·바이오산업이 일제히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것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법》은 각종 첨단 기술 융합이 가속하는 시대의 변화상을 살피고 바람직한 법적·사회제도적 대응 방안을 모색한 책이다. 정보통신부와 국무조정실 등 각종 정부 부처 및 법조계를 거친 뒤 ICT법과 정책을 연구해온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가 최근 5년간 관련 주제로 주요 언론에 기고한 칼럼과 소논문을 모았다.

다소 딱딱해 보이는 주제지만 생활 속에 깊숙이 녹아든 변화를 다룬 터라 소름 끼치도록 공감하게 되는 면이 적지 않다. 인공지능(AI)이 불러일으킨 윤리 논쟁이 대표적이다. AI가 만들어낸 세계는 오늘날 우리의 삶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올초 소수자 차별, 성희롱 논란, 개인정보 침해 등의 이슈가 불거지며 출시 20일 만에 퇴출당한 AI 챗봇 ‘이루다’의 사례에는 이런 문제가 집약됐다. 이루다가 차별적, 편향적 발언을 하게 된 것은 애당초 수집된 학습 데이터가 도덕적일 수만은 없는 일상의 삶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AI가 불러일으킨 사건의 책임을 누가 질지, AI 윤리는 어떻게 강화할지 등 뒤따르는 문제도 한둘이 아니다.

이처럼 책은 데이터와 플랫폼, AI 분야에 대한 고찰을 중심으로 디지털 대변환의 실상을 다룬다. 방송·통신산업, 4차 산업혁명이 창출하는 신산업, 금융혁신 등에 관한 내용도 두루 담겼다.

시대 변화에 발맞추기 위해 필요한 법적·정치적·사회적 대응 방안도 깊이 있게 논의된다. ‘데이터오너십’ ‘마이데이터’ ‘개인정보이동권’ 등은 규제 혁신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플랫폼 경제를 다루는 수많은 법도 이해당사자 간 대립을 해소하지 못한 상황이다. 패러다임 전환기에 곳곳에서 분출하는 이해당사자 간 갈등을 이해하고, 이를 봉합할 해법을 모색하는 저자의 노력은 우리가 사는 세계의 기반을 다시 한번 살피게 한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