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뒷북 '정치방역'에 혹독한 세밑 보내게 된 국민

입력 2021-12-16 17:30
수정 2021-12-17 07:46
코로나 감염 확산으로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가 45일 만에 좌초했다. 정부는 내일부터 내년 1월2일까지 사적 모임 허용 인원을 접종 완료자만 4인으로 제한하는 등 거리두기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식당과 카페, 영화관, 공연장, PC방 등의 영업시간도 저녁 9~10시까지로 단축된다. 지난 11월 1일 위드 코로나 실시 이후 의료 붕괴 위기에 직면하자 뒤늦게 내놓은 조치다. 이로 인해 국민이 다시 큰 불편을 겪는 것은 물론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은 혹독한 세밑을 맞게 됐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의 책임이 크다. 단계별 뒷북, 찔끔 대응에 급급하고 ‘정치 방역’에 치중한 결과다. 난수표 같은 방역지침으로 국민을 혼란케 하더니 백신 확보와 추가접종(부스터샷)까지 실기(失機)했다. 백신 예약시스템 먹통, 백신패스 접속 장애 등 어느 것 하나 정상인 게 없을 정도다. 위드 코로나를 시행하면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 수가 늘어나는 것은 뻔히 예상되는데도 병상 확보는커녕 생활치료센터 병상을 3000개 줄였으니 어이가 없다. 그래놓고 무슨 근거로 “하루 확진자 5000명, 1만 명까지 대비한다”고 자신했는지 알 수가 없다.

아무 준비 없이 시행한 위드 코로나로 애꿎은 국민 희생만 늘고 있으니 누가 책임질 건가. “사람이 죽어나가도 손을 못 쓰는 상황”이라는 서울시 일선 구청장들의 절규는 정부가 과연 존재하는지 묻게 한다. 국민은 피눈물 나는데 대통령은 호주에서 오페라하우스를 배경으로 한 ‘셀카’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지난해 2월 코로나 첫 사망자가 나온 날 청와대에서 ‘짜파구리 오찬’을 하며 파안대소하는 모습이 절로 연상된다.

재앙을 키운 건 ‘정치 방역’이다. 당국은 거리두기 강화를 요청했지만 청와대는 “후퇴는 안 된다”고 고집하다가 때를 놓쳤다. 자영업자의 표심을 의식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이들에게 더 큰 고통을 안기게 됐다. 지난해 총선을 비롯, 정치일정에 맞춰 재난지원금을 뿌리는 등 이 정권은 국민 안전보다 표를 얻는 데 더 신경쓰는 듯하다. 재난지원금 55조원 중 10분의 1만 위중증 환자 대비에 썼어도 이 지경까지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방역조치를 다시 강화하게 돼 송구스럽다”고 했다. 사과에만 그칠 일이 아니다. 방역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고 선거를 의식한 ‘정치 방역’부터 접어야 한다. 거리두기 강화에만 의존하지 말고 실효적인 병상과 의료진 확보 등 방역시스템을 전면 재점검해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