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보다 힘든 건 식단…닭가슴살 1㎏ 먹기도"

입력 2021-12-16 17:03
수정 2021-12-17 01:44

처음부터 우람하고 단단한 몸은 아니었다. 중학교 3학년 소년의 키는 170㎝, 몸무게는 55㎏. 목욕탕만 가면 어른들이 “왜 이렇게 말랐느냐”고 한마디씩 했다. 그런 소리가 듣기 싫어 친구와 헬스장에 갔다가 ‘쇠질’(근력 운동을 뜻하는 은어)의 매력에 빠져 결국 국가대표 보디빌딩 선수까지 됐다. 보디빌더로는 최초로 체육훈장 청룡장을 받게 된 설기관 선수(38·사진) 얘기다. 그를 경기 수원의 한 헬스장에서 만났다.

그가 보디빌딩 선수가 되겠다고 결심한 건 고등학생 때다. 취미로 시작한 운동이었지만, 고등부 보디빌딩 대회에서 여러 차례 입상하면서 선수를 꿈꾸게 됐다. 그러다가 2011년 본격적인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그는 10년간 국가대표 자리를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수도승같이 절제된 삶을 산다. 보디빌딩 선수를 ‘도시의 수도승’이라 부르는 게 그의 하루를 보면 수긍이 간다. 설 선수는 하루 두 번 2~3시간씩 근력·유산소 운동을 한다. 운동보다 힘든 건 식사 조절이다. 매 끼니를 닭가슴살, 고구마, 오이, 토마토로 때운다. 이렇게 하루 다섯 번을 정해진 시간에 먹는다.

대회가 없을 때는 ‘벌크업’을 위해 닭가슴살을 하루 1㎏까지 먹는다. “술은 1년에 한두 번 마시고, 대회를 앞두고는 식단 외에 다른 음식은 전혀 먹지 않아요.”

그는 지난달 열린 ‘2021 세계보디빌딩 선수권대회’에서 두 종목 우승과 전 체급 통합우승(오버롤) 2관왕을 차지했다. 체육훈장 최고등급인 청룡장은 그 보답이었다. 그는 “보디빌딩은 올림픽 종목이 아니기 때문에 청룡장을 받으려면 세계 대회에서 1등만 10번을 해야 한다”고 했다.

청룡장까지 거머쥐었지만 은퇴 계획은 아직 없다. “선수로서 성장할 여지가 많이 있다고 생각해요. 보디빌딩이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될 수도 있으니 계속 몸을 성장시키려고요.”

‘몸짱’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다. 그는 “헬스는 노력한 결과가 몸에 그대로 드러나는 ‘정직한 운동’”이라며 “헬스장에 꾸준하게 가는 습관부터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