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강화' 역사왜곡 우려 벗을까…감독 "정치적인 의도 無"

입력 2021-12-16 14:29
수정 2021-12-16 14:30


'설강화'의 기획의도에 대해 연출자가 '정치'나 '이념'이 아닌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조현탁 감독은 16일 JTBC 새 주말드라마 '설강화' 온라인 제작발표회에서 "소재 안에 북한에 대한 언급이 들어가 있는데, 정치적이거나 이념 자체가 아닌 사람에 대한 깊고, 밀도 있는 이야기"라고 밝혔다.

'설강화'는 1987년 서울을 배경으로 어느 날 갑자기 여자대학교 기숙사에 피투성이로 뛰어든 명문대생 수호와 서슬 퍼런 감시와 위기 속에서도 그를 감추고 치료해준 여대생 영로의 시대를 거스른 절절한 사랑 이야기다. 수호 역엔 배우 정해인, 영로 역엔 블랙핑크 지수가 캐스팅됐다.

조현탁 감독은 "'설강화'는 최종 편집본을 보면서 연출자로서 놀라고 있다"며 "기본적인 건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이고,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미스터리, 스릴러, 코미디 등이 잘 어우러져있다"고 소개했다.

조 감독은 또 "유현미 작가님이 오랫동안 준비를 해온 기획이고, 2008년 정치범 수용소에서 탈북한 분의 수기를 보고 영감을 떠올린 것으로 안다"며 "그 후 우여곡절을 겪으며 이야기를 확장했고, 유 작가님 본인이 80년대에 대학을 다니면서 여대 기숙사를 경험하셨다. 그런 것들이 합쳐져서 구체화됐다"고 설명했다.

또 "유 작가님이 '스카이캐슬' 전부터 기획했고, 갖고 계신 생각과 신념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그런 (역사왜곡) 의혹이 이렇게 힘든 일인지 몰랐다"고 전했다.

지수 역시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영로라는 인물이 밝고 매력이 있는 친구였다"며 "밝은 에너지를 사람들에게 나눠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더 끌렸다"고 말했다.

정해인은 유현미 작가와 조현탁 작가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정해인은 "믿을 수밖에 없는 분들이었고, 감독님을 만났을 때 저 자신에게 믿을 수 있도록 해주셔서 안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설강화'는 분단의 엄혹한 현실 속에서 원치 않는 운명에 휩쓸렸으나, 끝내 서로에게 희망이 되어준 두 청춘의 뜨거운 사랑 이야기라는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대생들이 학생운동을 하는 줄 알고 남파간첩을 숨겨준다는 설정 때문에 "역사를 왜곡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냈다.

뿐만 아니라 국가정보원 전신 안기부(국가안전기획부) 소속 인물이 중요 배역으로 등장하는 점도 문제가 됐다.

배우 장승조가 맡은 안기부 1팀장 이강무 역은 언제나 절도 있게, 뒤로 물러나는 법 없이 임무를 수행해온 원칙주의자이자 대쪽 같은 인물이다. 당시 안기부에 의해 간첩으로 몰리고, 불법 고문까지 당한 피해자가 있는데도 안기부 소속 인물을 긍정적으로 그려내는 것은 자칫 당시 안기부를 미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더불어 여주인공 이름이 '영초'라는 것도 민주화 운동가 천영초 씨를 연상케 한다는 비판이 불거졌다.

이에 JTBC 측은 "'설강화'는 80년대 군사정권을 배경으로 남북 대치 상황에서의 대선정국을 풍자하는 블랙코미디"라며 "미완성 시놉시스의 일부가 온라인에 유출되면서 앞뒤 맥락 없는 특정 문장을 토대로 각종 비난이 이어졌지만 이는 억측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여주인공 이름을 '영초'에서 '영로'로 수정했다.

'설강화'는 18일 밤 10시 30분에 방송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