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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위 영화관 체인인 영국 시네월드가 9억달러(약 1조658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금을 물게 됐다. 2019년 말 경쟁사에 대한 인수합병(M&A) 계약을 맺었는데도 이듬해 코로나19 여파가 심해지자 계약 이행 의무를 고의적으로 지연했다는 의혹이 법원에서 인정된 것이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고등법원은 15일(현지시간) 시네월드에 "(캐나다 영화관 체인) 시네플렉스에 9억3400만달러의 손해배상금과 거래비용 430만달러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같은 소식에 런던증권거래소에서 시네월드 주가는 39.27% 폭락하며 장 마감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시네월드는 시네플러스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이후 지난해 3월부터 투자자와 금융사들로부터 "거래를 중단하라"는 압박에 시달렸다. 한 투자자는 시네월드의 최고재무책임자(CFO)에게 "대체 무슨 일을 벌이는 거냐. 3000만달러의 위약금을 지불하고 시네플렉스 인수를 포기하는 걸 고려해본 적이나 있느냐"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 법원은 이같은 정황증거들을 토대로 시네월드가 피인수기업인 시네플렉스의 부채가 7억2500만달러를 초과할 때까지 인수계약을 마무리하는 것을 고의로 지연시켰다고 판단했다. 해당 부채 규모는 시네월드가 계약을 해지하고 시네플렉스에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양사가 M&A 계약 당시 합의한 한계점이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코로나19 대유행은 영화관 사업자들을 혹한의 시기로 내몰았으며, 많은 관람객들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으로 옮겨가게 만들었다"며 "시네월드가 이번 배상 판결로 이중고에 시달리게 됐다"고 전했다. 시네월드는 2019년 시네플렉스 인수 시도뿐만 아니라 앞서 2017년애는 미국 리갈시네마스 인수 등 공격적인 사업 확장으로 인해 순부채 규모가 76억8000만달러에 달하는 상태로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