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이 이동철 KB국민카드 대표를 지주 부회장에 내정하면서 '3인 부회장 체제'를 도입했다. 지난해 승진한 양종희 부회장, 앞서 부회장에 내정된 허인 국민은행장과 함께 '61년생 3각 구도'로 윤종규 회장을 뒷받침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대표 임기가 만료된 7개 계열사 가운데 4개 계열사 대표는 연임을 결정하면서 '안정 속 세대교체'를 추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KB금융지주는 16일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를 개최하고 이동철 KB국민카드 대표를 부회장으로 내정했다고 16일 발표했다. 양 부회장과 허 행장, 이 대표는 2023년 11월로 임기를 마치는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뒤를 이을 후보군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KB금융의 이번 인사에서는 앞서 국민은행장으로 내정된 이재근 이사부행장(1966년생)을 비롯해 '64·65·66년생'의 전면 등판이 눈에 띈다. 1965년생인 이창권 지주 전략총괄(CSO)·글로벌전략총괄(CGSO) 부사장이 이 부회장 내정자를 대신해 KB국민카드를 이끌 후보로 추천됐다. KB생명보험과 KB저축은행 대표로는 이환주 지주 재무총괄(CFO) 부사장(1964년생)과 허상철 국민은행 스마트고객그룹 대표(1965년생)가 내정됐다. 임기가 만료된 나머지 4개 계열사 5명의 대표는 연임을 위해 재추천됐다. 추천된 후보는 이달 중 각 계열사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최종 심사와 추천을 거쳐 지주 주주총회에서 확정한다. 신임 대표이사들의 임기는 2년, 재추천된 대표들의 임기는 1년이다. 대추위는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 현상의 심화 속에서 리딩금융그룹으로의 확고한 위상 구축을 위해 역동적인 차세대 리더 그룹 형성에 중점을 두고 대표이사 후보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KB국민카드 대표로 추천된 이창권 CSO는 전략기획부장, 전략기획 상무로 이 부회장 내정자와 전략기획라인에서 오랜기간 함께 근무하며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다. CSO로서 푸르덴셜생명을 성공적으로 인수하는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주도했다. KB금융은 "다양한 컨트롤 직무 경험을 바탕으로 그룹 내 핵심사업에 높은 이해도를 갖고 있다"며 "해외시장 진출 등을 통해 그룹의 안정적 이익기반 마련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이 부회장 내정자의 임기동안 태국과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에 진출한 KB국민카드의 해외 안착을 주도할 전망이다.
이환주 KB생명보험 대표 내정자도 허정수 現 생명보험 대표처럼 국민은행 경영기획그룹 부행장과 지주 CFO로 경험을 쌓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또 영업부장과 개인고객그룹 상무로 쌓은 영업 경험을 살려 올해 1~3분기 142억원의 순손실을 낸 KB생명의 실적 개선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KB금융은 "계열사별 핵심 비즈니스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계열사들의 견조한 성장세를 이끌어내 리딩그룹의 위상을 굳건히 하는 데 탁월한 경영관리 역량을 발휘했다"고 추천 배경을 설명했다. KB저축은행 대표로 추천된 허상철 국민은행 스마트고객그룹대표는 "디지털·영업·전략 등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변화 혁신에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KB저축은행은 이번에 자리에서 내려오는 신홍섭 現 대표의 주도로 지난해 모바일 금융앱인 키위뱅크를 출시하며 비대면 금융에 집중하고 있다.
증권·자산운용 등 각 분야에서 전문성이 필요한 계열사는 관례상 임기제한인 '2+1+1'년을 채운 대표가 모두 재추천됐다는 점도 이번 인사의 특징이다. 김성현 KB증권 각자대표와 이현승 KB자산운용 대표, 황수남 KB캐피탈 대표, 김종필 KB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는 해당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전문가다. 은행 출신인 박정림 KB증권 각자대표도 연임이 확정됐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