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 칼럼] 설상가상 마카오 카지노산업

입력 2021-12-15 13:55
수정 2021-12-15 14:09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마카오’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대부분 화려한 카지노 리조트의 이미지를 떠올릴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22년 전인 1999년 12월 20일, 포르투갈이 가지고 있던 마카오의 주권이 중국으로 반환됐다. 반환 당시 마카오의 국내총생산(GDP)은 61억달러에 불과했으나 20년만인 2019년 GDP는 552억달러로, 9배가 넘는 성장을 이룩했다. 1인당 GDP는 8만6118달러로 인접국인 싱가포르(6만5641달러) 및 홍콩(4만8354달러) 대비로도 높다. 이 모든 성장의 중심에는 카지노가 있었다. 중국 내 유일한 카지노 합법 지역인 만큼, 중국 본토로부터의 수요가 컸기 때문이다. 이 덕택에 2006년 이후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제치고 글로벌 카지노의 중심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2020년 마카오의 GDP는 243억달러(전년 대비 55.9% 감소)로 급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 및 국가 간 이동 제한이 마카오 카지노 산업에 큰 타격을 줬기 때문이다. 2월 5일 마카오의 9번째 코로나19 확진자가 카지노 업계 종사자로 확인되면서 마카오는 2주간 모든 카지노 사업장을 폐쇄했다. 2주 후 카지노 사업장들은 일부 보호 조치와 함께 재개장되었으나, 영업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매출의 대부분을 담당하던 중국 본토 고객을 비롯한 외국인들의 마카오 입국이 금지된 만큼 정상적인 영업이 이뤄질 수가 없었다.

2020년 1월 마카오 카지노 총카지노지출액(GGR)은 221억 파타카였는데, 코로나19 타격이 시작된 2월부터 12월까지의 누적 GGR은 383억 파타카에 불과하다. 월평균 GGR이 35억 파타카로 감소한 것이다. 2021년 들어 중국 본토 관광객의 입국이 단계적으로 허용됨에 따라 5월에는 일시적으로 GGR이 104억 파타카까지 상승했으나, 8월 델타 변이가 확산됨에 따라, 9월 이후 월평균 GGR은 54억 파타카로 감소했다. 글로벌 백신 접종률 상승 및 위드 코로나 도입 국가 확대로 영업 정상화 기대감이 점진적으로 커지던 상황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등장했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코로나19 하에서, 마카오 카지노의 영업 정상화 시기는 요원하기만 하다. 세수의 80%가 카지노 관련 산업에서 나오는 마카오 입장에서는 한숨 나오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지난 9월 중순, 마카오 카지노 게임 운영 법률(Law no.16/2001)의 개정안이 발표된 후 마카오 카지노에 또 한번의 비상등이 커졌다. 개정안은 △카지노 허가개수 △허가기간(기존 20년) 단축 △비카지노 부문의 발달 △정부관리의 영업현장 상주 감독 △마카오 영구 거주자의 외국계 카지노 지분 확대(국부 유출 제한) △카지노 직원 및 정켓 관련 업체 고용원 자격 심사 △장애인 포함 현지인 고용 등 사회적 책임 강조 △준법감시 위반에 대한 벌칙 강화를 담고 있다. 골자는 VIP 게임에 대한 정부 관리가 엄격해지는 방향이며, 특히 업체에 중국 공산당 정부 인사를 파견해 관리감독을 진행하는 방안이 포함되었다는 점에서 초강경 규제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마카오 카지노 규제는 최근 중국 공산당이 밝히고 있는 ‘공동부유’ 기조와 일치한다. VIP 게임과 관련된 돈세탁 및 외화유출 등을 막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인다. 실제로 지난 11월 말, 마카오 최대 정킷(VIP 고객 중계) 업체 ‘선시티(太陽城)’ 창업자가 원정도박 알선 혐의로 구금되었다. 마카오 카지노 VIP 게임 매출의 70% 이상은 정킷이 기여한다. 정킷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은, VIP 게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의미와 일맥한다. 2016년 중국 정부의 반부패 정책에 힘입어 마카오 VIP 게임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5% 수준으로 낮아져 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된다 한들 마카오 카지노 산업의 정상화는 확실히 요원해보인다.

코로나19에 규제 강화까지 더해지며 마카오 카지노 산업은 그야말로 설상가상이다. 기나긴 코로나19의 터널을 지나며 실적 바닥을 재차 확인해 온 만큼, 리오프닝에 따른 카지노 사업자 주가 반등 여지는 여전히 크다. 하지만 마카오 카지노 규제로 인해 중국인 VIP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을 잊어서는 안된다. 사업자별 중국인 VIP 매출 노출도를 고려한 선별적 투자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