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사활 건 삼덕기계공업…60억 빚 털고 다시 날다

입력 2021-12-15 16:50
수정 2021-12-15 16:54

스카핑(scarfing)이란 철강 반제품인 슬라브 표면의 기포 결함 및 불순물을 가스 절단 원리를 활용해 매끄럽게 제거하는 공정이다. 자동차 강판 등 고급 강판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제철소의 핵심 공정으로 꼽힌다. 부산의 산업기계 부품 제조업체 삼덕기계공업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스카핑 유닛을 국내 최초로 개발한 소재·부품·장비 강소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삼덕기계공업은 스카핑의 노즐이 내뿜는 화염 및 유동 해석, 스카핑 유닛 모듈 설계 기술, 초정밀 복합가공기술 등 자체 특허 기술을 바탕으로 스카핑 유닛을 생산하고 있다. 현대제철, 포스코, 세아베스틸, 동국제강 등 국내 주요 철강회사를 협력 업체로 두고 있다. 이 업체는 임직원 15명, 연매출 약 20억원의 비교적 작은 규모지만 국내 스카핑 유닛시장의 약 90%를 점유하고 있을 만큼 탄탄한 매출 구조를 갖췄다.

삼덕기계공업은 1999년 정우정밀이라는 개인 사업체로 출발했다. 2012년 철강 반제품 절단용 TCM 노즐의 국산화에 성공하는 등 산업 장비 국산화 전문 업체로 이름을 알렸다. 이듬해 이 업체의 기술력을 높게 평가한 포스코가 회사 지분 약 18%를 매입하면서 삼덕기계공업으로 법인 전환했다.

삼덕기계공업은 2012년 국내 한 대형 협력 업체가 의뢰한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의 핵심 부품 개발에 성공했다. 이후 2년6개월에 걸쳐 신규 사업 진출을 위한 추가 공장과 설비를 마련하는 등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하지만 협력 업체가 양산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면서 약 60억원의 빚을 떠안게 됐다. 결국 2014년 6월 기업 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조중래 삼덕기계공업 대표는 기존 양산 제품만으론 회사를 일으키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당시 전량 일본, 유럽 등에서 수입했던 스카핑 유닛을 국산화하기로 마음먹은 배경이다. 자금난으로 직원을 모두 내보낸 조 대표는 홀로 2년간 연구개발(R&D)에 매달린 끝에 2016년 스카핑 유닛 개발에 성공했다. 그는 “우리 업체를 계기로 회생기업도 재기하기 위해선 R&D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삼덕기계공업은 2019년 10월 기업 회생절차를 졸업했다. 지난해부턴 일본 철강업체에 스카핑 유닛을 수출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도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재기 가능성이 큰 재도전 기업인을 지원하는 기술보증기금의 ‘재도전 재기지원보증’을 통해 보증지원 5억원을 받았다. 이를 통해 고용을 두 배로 늘리고, 제조 공장을 확장 이전하는 등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증한 수주 물량을 소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조 대표는 “매년 수입에 의존하는 두 개 이상 부품 장비를 국산화하면서 국내 제조 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하겠다”고 밝혔다.

민경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