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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유기업인 베이징자동차그룹(BAIC)이 독일차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다임러 최대주주에 올랐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지리자동차를 포함하면 중국 자본은 다임러 지분 20%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의 핵심 산업인 자동차 시장에서 중국 입김이 세지면서 새로 취임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의 대중국 외교 행보에도 부담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임러 9.98% 보유한 BAIC
15일 메르세데스벤츠 모회사인 다임러AG에 따르면 BAIC는 다임러 지분 9.98%를 보유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BAIC가 다임러 주식을 사들인 것은 2019년 7월부터다. 올해 3분기 기준 다임러가 공개한 BAIC 보유 지분율은 5%였다.
그동안 다임러 최대주주로 알려졌던 곳은 중국 지리자동차다. 이 회사는 다임러 지분 9.69%를 갖고 있다. BAIC까지 10%에 가까운 지분을 확보하면서 다임러의 최대주주와 2대주주를 모두 중국 기업이 차지하게 됐다. 이들의 지분율은 19.67%에 달한다.
BAIC는 다임러와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지분을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다임러도 2013년과 2018년 BAIC 자회사인 BAIC모터와 BAIC블루파크 지분을 각각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다임러가 보유한 이들 회사 지분율은 9.55%, 2.46%다. 기술력 유출·중국 자본 확대 우려도중국 베이징에 메르세데스벤츠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다임러는 중국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BAIC는 20년간 다임러와 호흡을 맞춘 파트너사다. 두 회사는 합작사인 베이징벤츠를 통해 지난해에만 신차 61만1000대를 판매해 237억유로(약 31조68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9월까지 베이징벤츠의 영업이익은 10억유로에 이른다.
다임러는 중국에서 전기차 생산라인을 확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전기차종인 EQA·EQB·EQC 모델을 중국에서 만들고 있다. 내년부터 중국 공장에서 EQE 모델도 생산할 예정이다. 다임러는 지리차와도 합작회사를 세웠다. 소형 스마트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중국 기업들이 다임러와의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지분 확대에 나섰다는 평가가 많은 이유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중국 기업들이 다임러의 기술력을 모방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BAIC와 지리차가 힘을 합치면 주주총회 등에서 주요 안건이 통과하는 것을 저지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다만 이들이 영향력을 행사하기엔 아직 제약이 크다. 독일과 유럽 기관 등이 보유한 다임러 지분 비율이 높아서다. 올해 3분기 기준 다임러 지분의 32.2%를 독일 자본이 차지했다. 유럽 자본 비율은 21.3%, 미국은 14.3%다. 다임러의 3대 주주는 6.8%를 보유한 쿠웨이트국부펀드다. 대중국 외교 노선 영향에 촉각일각에선 BAIC가 정치적 의도를 품고 지분율을 공개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독일 금융법에 따라 10% 미만 지분을 보유한 주주는 보고 의무가 없어서다. 취임 1주일을 맞은 숄츠 총리를 압박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입김이 작용해 BAIC가 갑자기 지분 공개에 나섰다는 것이다.
숄츠 총리 취임 후 독일과 중국이 이전처럼 돈독한 관계를 이어가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분석에 힘을 보탰다.
아날레나 베르보크 독일 신임 외무장관은 취임 직후 강경한 대중국 외교 노선을 밝혔다. 녹색당 소속인 그는 독일 타게스차이퉁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을 민주주의 연대에 맞선 경쟁국으로 지칭했다. 베르보크 장관은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가 추구하던 길을 계속 가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정치적 해석에 대해 다임러 측은 선을 그었다. 트럭회사 분사 과정에서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지분 공개가 이뤄졌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