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새 수장들의 첫 경영 키워드는…벽 허무는 '원삼성', 관행 깨는 '룰 브레이커'

입력 2021-12-15 17:34
수정 2021-12-16 00:40
“벽을 허물고 ‘원삼성’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자.”(한종희 부회장) “실패를 두려워하는 조직이 돼선 안 된다.”(경계현 사장)

삼성전자의 새 수장들이 제시한 경영 키워드는 변화와 소통이었다. 사업부와 제품 간 벽을 허물고 기존 관행을 과감히 바꾸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삼성전자에서 완제품 사업을 담당하는 DX(디바이스 경험) 부문을 이끌게 된 한 부회장은 15일 사내 게시판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취임 인사말을 올렸다. ‘원삼성(One Samsung)’과 ‘룰브레이커(Rule Breaker·규칙 파괴)’가 핵심 단어였다. 한 부회장은 CE(소비자가전)와 IM(IT·모바일) 부문을 DX 부문으로 통합한 것을 계기로 새로운 조직 문화를 조성하자고 당부했다.

그는 “고객의 삶의 가치를 높이고, 더 풍부하고 의미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큰 목표가 돼야 한다”며 “기존의 사업부와 제품 간 벽을 허물고 고객 입장에서 느끼고 생각하고 탐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보유한 다양한 디바이스의 장점을 활용해 고객이 느끼는 일상의 가치와 경험이 더 풍부해질 수 있게 ‘CX-MDE’ 체감 혁신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X는 고객 경험을, MDE는 다양한 디지털 기기를 접하는 멀티 디바이스 경험을 뜻한다. 삼성전자는 이를 강화하는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최근 ‘CX·MDE 센터’를 신설했다. 구체적인 사업별 목표도 언급했다. 한 부회장은 “폴더블폰, 네오(Neo) QLED TV 및 초대형 TV, 비스포크 가전 등 프리미엄 제품의 시장 리더십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웨어러블, B2B(기업 간 거래), 온라인, 서비스 사업 등 신규 성장 사업도 지속해서 확대해나가자”고 주문했다.

한 부회장은 “현장과 시대에 뒤떨어지는 기존 관행은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며 “이른바 룰브레이커 마인드를 갖고 기존에 고착화돼온 불합리한 관행은 새로운 룰과 프로세스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도체(DS) 부문의 새 수장인 경 사장은 이날 직원들을 만나 자신이 지향하는 조직문화에 대해 설명했다. 직원들에게 실시간 문자로 질문을 받은 뒤 답하는 방식이었다. 그는 삼성전기 대표 시절 매주 목요일 했던 임직원과의 대화 ‘썰톡’을 삼성전자에서도 하겠다고 밝혔다. 직원들이 궁금한 점을 최고경영자(CEO)에게 직접 물을 수 있는 자리를 수시로 마련하겠다는 의미다.

경 사장은 경직된 조직 문화에 손을 대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그는 “디지털 전환으로 직원들이 반복적이고 소모적인 일을 할 이유가 사라졌다” “상호 간에 존대말을 사용하고 질책보다 칭찬을 하라” 등의 발언을 이어가며 일하는 방식을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팀장급 간부들에겐 “오후 6시 이후엔 직원들에게 말도 걸지 말라” “혹시라도 주말에 출근하면 조용히 혼자 일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직원들이 ‘심리적 안전감’을 가져야 한다는 메시지도 있었다. 경 사장은 “야구에서 유격수가 실책을 두려워해 1루로 공을 살살 던지면 아웃시킬 수 없다”며 “실패나 질책을 두려워하는 조직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