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측이 고의로 교수에게 강의 배정을 하지 않아 정신적 손해를 끼쳤다면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노정희)는 지난달 24일 해직 교수 A가 학교법인 K학원을 상대로 청구한 재임용거부처분무효확인의 소에서 이 같이 판단하고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A는 K학원이 운영하는 한 대학에서 e비즈니스과의 조교수로 20여년간 일해 왔다. A는 2011년 이 대학으로부터 파면처분을 받았다가 법원에서 파면 무효 판결을 받고 2013년 11월 복직하게 됐다.
그런데 A가 맡은 학과는 2004년부터 이미 신입생 모집이 정지됐고 재적생이 모두 졸업한 상황이었다. 복직을 앞둔 A는 2014년 강의 배정과 학과 전환배치를 요구했지만 전환 받을 과에 부합한 학위 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전환이 되지 못했다. A는 경영학 석박사 학위가 있었지만, 연구실만 배정 받았을뿐 학과와 강의는 배정 받지 못했다.
대학 총장은 이후 A에게 임용기간이 2015년 2월에 만료된다는 사실을 통보했고, A는 일정에 맞춰 재임용 심의신청을 했다. 하지만 A는 교원업적평가점수 미달을 이유로 재임용이 거부됐다. A는 "강의를 배정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A가 재임용거부처분을 무효로 하고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대법원은 A의 손을 들어주고 원심을 파기한 다음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 보냈다.
재판부는 "강의를 배정하지 않은 것은 근로제공을 계속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한 것으로 인격적 법익을 침해한 것"이라며 "A의 정신적 고통에 대해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과 전환 배치나 강의 배정 요청에도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았다"며 "A가 20여년간 재직하면서 보인 경력, 실적을 보면 전공 기준 등을 충족하는 강의 가능 과목이 있다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몇몇 교원은 사이버대 교원으로 발령한 바 있으니 사이버대 경영학과로 발령할 수도 있었다"며 "결국 대학의 일련의 행위는 A를 본연의 업무에서 배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A의 손을 들어줬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