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있어도 못 사는 車인데…여자아이 둘이 다 부숴놨습니다"

입력 2021-12-15 16:00
수정 2021-12-15 17:25

'분노의 질주'에 등장해 마니아 층이 있는 차량이 지나가던 아이들의 발길질에 파손됐다.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한문철TV'에는 지난 14일 '우리나라에 몇 대 없는 차량인데 어린이들이 차를 360도 돌아가며 다 부숴놓았습니다. 전화도 받지 않는 무책임한 부모들,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제목으로 주차된 차량이 파손되는 모습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됐다.


영상 속에는 지하주차장에서 킥보드를 타던 여자아이들이 해당 차량을 발로 뻥뻥 차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블랙박스 영상에 '퍽퍽'하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과격하게 발로 찼고, 차량의 360도를 돌며 파손 행위를 이어갔다. 영상을 보던 한 변호사도 "왜 이러냐"고 놀랐을 정도.

이후 아이들은 킥보드를 타고 유유히 사라졌다. 두 아이는 7살, 8살로 동네 친구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인 A 씨는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을 여아 2명이 파손했다"며 "경찰에 신고 접수했고, 재물손괴죄 혐의는 인정되나 미성년자라 사건이 며칠 만에 종결됐다"고 전했다.

A 씨는 "2명의 부모와 만나 합의점을 찾으려 했지만 진척 없이 돌아갔고, 한 아이 아버지는 따로 견적을 보고 싶다 해서 '지하 주차장에 있으니 편히 보시라'했는데 한 달이 지나도 견적도 안 보고, 광택을 내보자는 헛소리만 하고, 나머지 한 아이의 부모는 연락 한 통 없는 상태"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저도 편의를 많이 봐줬다 생각하고 전화를 했지만, 전화를 받지도, 오지도 않는다"며 "차량은 FRP(합성수지) 전체 바디킷이고, 일반적인 알루미늄판이 아니다. 바디킷에 금이 간 상태라 복원을 해야 하고, 판당 도색이 불가해 전체 도색을 해야 하는 색상"이라고 전했다. A 씨는 해당 차량의 수리비로만 3000만 원 상당의 견적을 받았다.

해당 차량은 '수프라'로 불리는 도요타 A80 모델이다. 2001년 영화 '분노의 질주'에서 폴 워커가 타면서 유명세를 얻었다. 국내엔 20대 미만만 있고, 출시된지 20년이 넘었지만, 시세는 5000만 원에서 8000만 원 상당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리가 잘 된 순정 수프라의 경우 2019년 3월 소더비 경매에서 17만3000달러(약 2억 원)에 판매되기도 했다.


A 씨는 "국내에서도 차 좀 아는 사람은 알 수 있는 차"라며 "경주 자동차박물관에 제 차량과 같은 바디킷 장착 차량이 전시 중에 있다.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차량이 됐고, 간혹 매물이 나오더라도 높은 금액에 거래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해당 차량의 자차 보험이 가입이 안 돼 있다는 것. 한 변호사는 "자차 가입이 안 돼 있다면 방법이 없다"며 "부모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해야한다"고 전했다.

이어 "견적이 3000만 원이 나온다고 했는데, 실제 수리 후 수리 비용을 청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판사가 중고차량 시세를 감정하라고 하고, 해당 차에 대해 잘 모른다면 중고차량을 얼마로 평가할 지에 대해서도 감정이 필요하다"며 "마니아층의 실제 거래가를 판사가 인정해 주지 않는다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고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