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뇌처럼 복잡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이른바 ‘초거대 AI’를 개발하기 위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오픈AI, LG, 네이버, KT, SK텔레콤 등 웬만한 정보기술(IT) 대기업은 모두 초거대 AI를 개발 중이다. 기술 개발 속도도 빠르다. 초거대 AI의 대표적인 성능 지표는 ‘파라미터(매개변수)’의 양이다. 파라미터는 인간 뇌에서 학습·연산을 하는 시냅스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미국의 오픈AI는 작년 6월 1750억 개 파라미터로 구성된 초거대 AI 모델 ‘GPT-3’를 공개했다. 전작인 GPT-2보다 파라미터 수를 100배 이상 늘렸다. GPT-3는 과학 기사나 연애 편지를 사람처럼 유려하게 써서 “역사상 가장 뛰어난 언어 AI”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중국 화웨이가 올 4월 파라미터가 2000억 개인 초거대 AI ‘판구 알파’를 개발해 GPT-3를 넘어섰다. 이에 질세라 네이버가 5월 파라미터가 2040억 개인 ‘하이퍼클로바’를 발표했다. 올 10월엔 미국의 빅테크가 반격했다. MS와 엔비디아가 공동으로 파라미터가 5300억 개에 이르는 초거대 AI 모델 ‘MT-NLG’를 공개한 것. LG가 14일 발표한 초거대 AI ‘엑사원’은 3000억 개 파라미터를 갖췄으며, LG는 이를 1조 개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글로벌 IT 기업들이 초거대 AI 개발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초거대 AI가 디지털 대전환 시대 기술 패권을 좌우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초거대 AI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챗봇, 번역, 영상 판독 등 다양한 AI 서비스의 질이 획기적으로 향상된다. 최근 초거대 AI는 언어, 음성, 영상 등 다양한 데이터를 동시에 이해하고 처리하는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다.
최근의 초거대 AI 향상 속도면 AI 성능이 인간의 뇌를 넘어서는 날이 머지않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례로 오픈AI는 2030년까지 파라미터가 100조 개 이상인 GPT-4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뇌의 시냅스가 100조 개 수준이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