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혼전' OTT 시장…한국 콘텐츠로 승부수

입력 2021-12-14 17:12
수정 2021-12-15 01:08

‘오징어 게임’의 효과가 줄어들고 넷플릭스 이용자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이 대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1등 플랫폼의 위상이 흔들리는 조짐을 보이자 다른 OTT들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집콕족’이 늘고 연말 효과까지 겹치면서 공세는 더 거세지고 있다. 글로벌·토종 OTT를 막론하고 자체 제작한 오리지널 한국 콘텐츠로 승부수를 던지는 모양새다. 해외 OTT, 한국 콘텐츠로 수성 전략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국내 하루 이용자(DAU)는 지난 9월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350만 명까지 치솟았지만 최근 300만 명 선으로 줄었다. 화제작이 사라지면 금방 다른 플랫폼으로 눈을 돌리는 게 OTT 이용자의 특성이다. 지난달 한국에 진출한 디즈니플러스도 높은 화제성에 비해 가입자 확보는 더딘 추세다.

글로벌 OTT가 주춤한 사이에 국내 OTT들이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 예능 프로그램 ‘환승연애’ 등을 앞세워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사로잡은 티빙, 김수현 차승원 주연의 드라마 ‘어느 날’을 내세운 쿠팡플레이 등이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넷플릭스가 오는 24일 ‘고요의 바다’로 다시 대대적인 흥행몰이에 나선다. 공유 배두나가 출연하고 정우성이 제작한 작품이다. 연출은 신예 최항용 감독이 맡았다. ‘고요의 바다’는 ‘승리호’의 뒤를 이은 두 번째 한국산 우주 공상과학(SF) 시리즈다. ‘오징어 게임’ ‘지옥’에 이어 글로벌 흥행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작품은 특수 임무를 받고 폐쇄된 달 기지로 떠나는 대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우주 이야기를 그려낸 만큼 광활한 우주, 달 표면 등을 표현한 시각특수효과(VFX)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배두나는 “역대급으로 현실적인 달 표면”이라며 “실제로 달에 발을 디디는 것 같은 느낌을 줄 정도”라고 극찬했다.

디즈니플러스도 전열을 재정비하고 한국 콘텐츠 확충에 나섰다. 아이돌그룹 블랙핑크의 이야기와 무대를 담은 ‘블랙핑크 더 무비’를 15일 공개한다. 이어 오는 18일부터는 드라마 ‘설강화’를 독점 제공한다. 1987년 한 여자대학 기숙사에 피투성이로 뛰어든 수호(정해인 분), 위기에도 그를 감춰주고 치료해준 여대생 영로(지수 분)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총공세 나선 토종 OTT들 토종 OTT들의 반격도 거세질 전망이다. MZ세대로부터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티빙은 더 다양한 콘텐츠로 분위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29일엔 한국판 ‘러브 액츄얼리’를 표방한 ‘해피 뉴 이어’를 극장과 티빙에서 동시 공개한다. 한지민 이동욱 등이 출연하며, 연출은 ‘엽기적인 그녀’ ‘클래식’의 곽재용 감독이 맡았다. 티빙은 올 1월 선보인 첫 오리지널 예능 ‘여고추리반’의 시즌2도 31일 공개한다.

웨이브도 지난달 선보인 정치 블랙코미디 드라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로 인기를 모았다. 이런 기세를 몰아 주지훈 박성웅 주연의 첫 오리지널 영화 ‘젠틀맨’ 등을 공개한다. ‘어느 날’의 흥행으로 국내 OTT 순위 5위 안에 든 쿠팡플레이도 예능 ‘SNL 코리아’ 시즌2로 분위기를 이어간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