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복귀 직원에 불이익 주고 해고한 5인미만 사업장…"해고 무효"

입력 2021-12-14 17:13
수정 2021-12-14 17:41


육아휴직이 끝나고 복귀한 직원에게 대중 교통도 다니지 않은 시간으로 근로시간을 배정하고, 직원이 이를 따르지 않자 해고한 사회복지시설이 부당해고 판정문을 받아들게 됐다.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재판장 사경화)은 지난 2일 근로자 A씨가 장애인 사회복지법인을 대상으로 청구한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이 같이 판단하고 원고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A는 지난해 5월 1일부터 올해 4월 30일까지 육아휴직을 했다. 이후 복직을 앞둔 A에게 법인 측은 "오후 4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일하라"고 지시했다. 시각장애인인 A의 원래 근로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저녁 8시까지였다. A는 자녀 양육이나 퇴근시 대중교통 이용이 어렵다며 근로시간을 조장해 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육아휴직기간이 끝나가는데도 조정이 이뤄지지 않자 A는 어쩔 수 없이 이전 근무시간대로 출근했지만, 법인 측은 정해진 근무시간이 아니라는 이유로 출근을 저지했다. 여기 그치지 않고 법인은 "정해진 업무시간에 출근하지 않고 무단 결근을 했다"며 경고장을 발송한 다음 인사위원회를 개최해 A를 해고했다. 이에 A가 해고가 무효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해당 사회복지법인은 5인 미만 사업장이라 해고 사유에 제한이 없어서 부당해고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하지만 법원은 A의 손을 들어주고 해고가 무효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남녀고용평등법에서 '근로자가 육아휴직을 마친 후에 휴직 전과 같은 업무에 복귀시켜야 하고, 근로자의 육아를 지원하기 위해 업무 시작과 마치는 시간을 조정 해주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정한 규정을 제시했다.

이를 근거로 "법인이 지시한 근로시간은 대부분 A가 아이를 돌봐야 하는 시간과 중복되고, 특히 퇴근 시간인 새벽 1시는 대중교통의 이용도 불가능하다"며 "원고가 지시한 시간에 반드시 근로를 제공해야 할 필요성을 찾아볼 수없다"고 지적했다.

또 법원은 "A에 대한 해고는 A가 입소 장애여성에 대한 시설장의 성추행을 고발하고 근로지원 서비스 부당이용에 대해 민원을 제기한 보복조치"라며 "A의 복귀를 막기위한 법인측의 지시는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업무지시며, 이에 불응했음을 이유로 내린 면직처분은 무효"라고 판시했다.

A를 대리해 소송을 진행한 조필재 법률구조공단 변호사는 “현행 근로기준법상 이 법인처럼 근로자 4인 이하의 사업장은 사실상 해고사유의 제한을 받지 않고 있다”며 “그렇다고 하더라도 남녀고용평등법 등 관련 법률을 위반하는 업무지시와 이에 따른 해고는 무효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