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 2위 화장품 업체인 LG생활건강(LG생건)과 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이 올해 다시 한번 1위 자리를 놓고 각축전을 벌이게 됐다. 수십 년 동안 1등이었던 아모레가 LG생건에 자리를 내준 건 지난해. LG생건은 작년 화장품 부문에서 매출 40억5400만달러(약 4조5469억원·WWD)를 기록했고, 아모레는 같은 기간 40억100만달러(약 4조4867억원)를 올렸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인수합병(M&A) 전략에 따라 두 회사의 성적표가 갈렸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M&A의 귀재’로 불리는 차석용 LG생건 부회장은 코라콜라음료, 해태음료, 케이앤아이, 루치펠로코리아 등 수십 개 브랜드를 사들이며 광폭 행보를 보인 반면 서경배 아모레 회장은 ‘화장품 외길’을 고집해왔기 때문이다.
아모레는 2016년까지만 해도 LG생건보다 두 배 이상 많은 화장품 매출을 거뒀다. 하지만 메르스, 중국의 한한령 등 외부 요인으로 K뷰티가 위기에 처했고 직격탄을 맞은 건 1위 회사인 아모레였다. 아모레가 주춤할 때 LG생건은 CNP코스메틱스, 태극제약, 에이본재팬, 피지오겔의 아시아·북미 사업권 등을 잇달아 사들였다.
아모레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난 9월 아모레는 기능성 화장품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코스알엑스 지분 38.4%를 1800억원에 인수했다. 아모레가 수천억원 규모의 국내 기업 M&A를 단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펀드를 통한 투자도 확대했다. 아모레는 지난해 무신사 파트너스와 손잡고 ‘AP&M뷰티패션합자조합’ 펀드를 총 100억원 규모로 조성하는가 하면 ‘티비티글로벌성장제2호투자조합’(59억원), ‘스마트AP-WE언택트펀드1호’(10억원) 등에 잇달아 출자했다. 올 들어서도 e커머스(전자상거래) 데이터 솔루션 기업 더커머스와 전략적 협업을 추진하기 위해 ‘파트너원 밸류업 제2호 PEF’를 조성했다.
화장품뿐 아니라 다른 영역으로 투자처를 다변화한 것도 이전과 달라진 대목이다. 아모레는 올해 마이크로바이옴 헬스케어 스타트업인 에이치이엠파마에 30억원을, 라이브커머스 원스톱 솔루션 서비스 플랫폼 운영사인 알엑스씨에 30억원을 각각 투자했다.
증권가에서는 ‘아모레의 귀환’을 조심스레 내다보고 있다. 주요 증권사들은 올해 아모레가 4000억~8000억원가량의 차이로 LG생건을 꺾고 1위를 탈환할 것으로 분석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