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극적 반등…"올 영업이익 7兆"

입력 2021-12-14 15:22
수정 2021-12-14 15:23
코로나19 사태로 작년 상반기 5조원이 넘는 기록적인 영업손실을 냈던 국내 ‘빅4’ 정유업체들이 올해는 극적 반등에 성공했다. 한때 마이너스까지 떨어졌던 정제마진은 지난 2월 백신 접종이 확대되며 차츰 올랐고 윤활유 등 비(非)정유 부문 이익도 급증했다. 정유업계는 다만 최근 확산하고 있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향후 실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유업계 ‘본업’ 회복올 3분기 국내 정유 4사는 각각 SK이노베이션 6185억원, GS칼텍스 3979억원, 에쓰오일 5494억원, 현대오일뱅크 173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올 한 해 연간 2조3659억원의 영업이익을, 에쓰오일은 2조4398억원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각각 1조5000억원, 1조원가량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정유 4사를 합치면 약 7조원에 달한다.

우선 본업인 정유업에서 호실적을 냈다. 글로벌 경기 회복에 힘입어 전 세계에서 석유제품 수요가 코로나19 직전 수준을 회복 중이다.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을 뺀 정제마진은 올 10월 말 배럴당 8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아시아 지역 정유사는 싱가포르 정제마진을 대표적인 수익지표로 활용한다. 통상 아시아 정유사는 배럴당 4달러 정도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공장 가동률도 평균 80%대를 회복했다. 지난해 4월부터 올 8월까지 1년 넘게 70%대에 머물러 있던 것과 비교하면 뚜렷한 개선세다.

반면 공급은 아직까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산유국 협의체인 OPEC+는 내년 1월에도 석유 생산량을 하루 40만 배럴 증산하는 기존 방침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지난 3일 발표했다. ○윤활유 등 비정유도 효자 노릇비정유 부문도 호실적을 이끈 요인 중 하나다. 에쓰오일은 올 3분기 비정유 부문에서 전체 영업이익의 66.2%를 냈다. 특히 윤활유 사업에서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가까이를 벌어들였다. 주력인 그룹3 제품의 강세가 확대되며 그룹3 스프레드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설명이다. 윤활유는 연비 개선과 자동차 배기 시스템의 수명 연장 등을 돕는 제품으로, 정유사의 핵심인 정유 사업에 비하면 ‘부업’에 속한다. GS칼텍스는 지난 6월 전기차 전용 윤활유 브랜드 ‘Kixx EV’를 출시한 데 이어 앞으로 전기차용 냉각계 윤활유도 출시할 계획이다. 회사별로 SK이노베이션은 윤활유 사업에서 3293억원, 에쓰오일은 2888억원, GS칼텍스는 1740억원, 현대오일뱅크는 599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석유화학 설비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내년 초 상업 가동을 목표로 중질유 석유화학분해시설(HPC)을 시운전 중이다. 석유화학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혀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갖추고 이익 창출 규모를 확대해 나가겠다는 취지다. 충남 서산에 있는 HPC가 본격 가동되면 연 85만t의 폴리에틸렌(PE)과 50만t의 폴리프로필렌(PP)이 생산될 예정이다. PE와 PP는 ‘석유화학의 쌀’로 불린다. ○오미크론에도 “3~4개월 시황 견조”문제는 오미크론이다. 전문가들은 델타 변이보다 전파력이 다섯 배 강한 오미크론이 본격 확산하면 하루 신규 확진자가 1만 명은 물론 2만 명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코로나19는 ‘원유 가격 상승→수요 증가→석유제품 가격 상승→정제마진 개선’이라는 공식을 깨뜨렸다.

다만 업계에선 앞으로 3~4개월간 시황은 견조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국제 원유 시장이 아직까지 ‘공급 부족’ 상태이기 때문에 정유 재고는 하락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휘발유 수요는 2019년 대비 95% 수준이며 2022년 휘발유, 경유 수요 역시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은 휘발유 최대 소비 국가다. 전 세계 휘발유의 10%가량을 미국이 쓴다. 올 11월 말 정제마진이 3달러대로 하락하기도 했지만 업계에선 최근 급등세에 따른 조정에 들어간 것이며 세계 휘발유 수요가 받쳐주는 만큼 정제마진의 추가 하락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유가도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강세가 장기화하면서 연말까지 큰 폭의 하락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남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