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겨울에 더 세지는 바이러스

입력 2021-12-13 17:21
수정 2021-12-14 00:10
“코로나 바이러스가 살아남기에 가장 좋은 온도는 섭씨 4도다.” 영국 응급의학자문단의 최신 연구 결과다. 미국 유타대 연구진도 “코로나 바이러스의 표면 구조는 온도가 내려갈수록 강해지고 따뜻해질수록 와해된다”고 발표했다. 추운 날씨에는 바이러스와 싸우는 단백질(인터페론) 생성 유전자가 힘을 잃는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이처럼 바이러스의 생존력은 겨울철에 더 강해진다. 건조한 환경도 한 요인이다. 공기가 건조하면 에어로졸 상태로 떠다니는 바이러스 입자가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이다. 침방울은 평소 2m가량 튀지만 춥고 건조한 환경에서는 4.5m까지 날아간다. 감염자는 1분에 3000여 개의 침방울을 뿜어낸다.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도 겨울에 기승을 부린다. 미국 과학자들이 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된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섭씨 5도의 실험실 동물이 20도 상태의 동물보다 이틀이나 더 독감 바이러스에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30도 환경에 있는 동물들은 모두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했다. 열대지방에 독감이 발생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겨울 식중독 주범인 노로바이러스도 추위에 강하다. 영하 20도까지 살아남는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역시 겨울에 많이 발생한다. 철새가 우리나라로 찾아오는 시기와 맞물려 있다. AI가 농가로 퍼지면 오리부터 산란계, 육계 순으로 피해를 입는다. 올해는 예년보다 일찍 AI 피해가 발생했다.

겨울에는 인체의 면역력이 상대적으로 약해진다. 건조한 공기로 콧속의 점액이 마르면 바이러스를 걸러내는 능력이 떨어진다. 찬 공기는 호흡기를 약하게 한다. 햇볕을 적게 쬐면 면역체계에 필수인 비타민D가 부족해진다. 밀폐된 실내에 머무르는 시간도 늘어난다. 이런 밀폐·밀집 상태에서는 바이러스가 더 오래 생존한다.

추울수록 더 세지는 바이러스를 어떻게 막야야 할까. 전문가들이 권하는 예방법 중 공통적인 것은 7가지 정도다. 손을 자주 씻고 얼굴을 만지지 말 것, 물을 자주 마시고 비타민이 풍부한 녹황색 잎채소 등으로 균형 잡힌 식사를 할 것, 건조할 땐 가습기를 사용하고 환기를 자주 할 것 등이 주요 지침이다. 손이 많이 닿는 곳을 청결히 하고 예방접종을 하라는 권유도 포함돼 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