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SK텔레콤 등 주요 통신사 간 양자암호통신 국제표준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이달 들어 주요 국제기구나 협회로부터 각 기업이 제안한 표준을 인정받은 사례가 앞다퉈 나오고 있다. 차세대 통신·보안 기술로 각광받는 양자암호통신 분야에서 국제표준을 받아 상용화 전부터 생태계 우위를 확보하려는 포석이다. KT·SK텔레콤 잇따라 ‘표준 채택’
1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립전파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KT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과 협력해 제시한 양자암호통신 기준안 두 개가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국제표준으로 사전 채택됐다. ITU는 유엔 산하 국제기구로 세계에서 가장 큰 통신 분야 국제기구다. 193개국 900여 개 기업이 가입해 있다.
KT가 ITU에 제시한 표준안 두 개는 모두 양자암호키 분배 방식 양자암호통신 상용화를 위해 필요한 내용이다. 비즈니스 모델 표준을 통해서는 양자암호통신 네트워크 구축·운용·서비스 제공 주체의 역할을 규정했다. 서비스품질 파라미터 표준은 최저보장속도(SLA)를 비롯해 데이터 지연·손실 관련 품질관리 기준을 정의했다. 이 표준이 있어야 실제 서비스 상용화에 앞서 약관 등을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KT는 내년엔 양자암호통신을 비롯한 양자인터넷 표준 기본 개념을 ITU에 제안할 계획이다.
지난주엔 SK텔레콤의 양자키분배 네트워크 기술이 유럽전기통신표준화기구(ETSI) 표준으로 채택됐다. ETSI는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 60여 개국을 비롯해 전기통신 분야 기관·기업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달 ‘초연결 지능형 연구개발망(KOREN)’에서 관련 양자암호 통신기술 실증을 끝낼 예정이다. ‘표준 채택’은 시장 장악의 핵각 통신사가 양자암호통신 국제표준 취득 레이스를 벌이는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양자암호통신 분야는 아직 초기 단계다. 상용화 서비스를 놓고 세계 표준규격이 하나둘 정립될 때다. ‘내 방식’이 국제 기준으로 인정될 경우 시장 우위를 손쉽게 확보할 수 있다.
세계 양자암호통신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도 이유다. 시장조사기업 욜디벨롭먼트는 세계 양자암호통신 시장 규모가 2019년 1억2186만달러(약 1440억원)에서 2027년 14억577만달러(약 1조6610억원)로 8년간 12배가량 급증할 것으로 봤다. 합성수 소인수분해가 기반인 기존 공개키암호화(PKC) 방식은 양자컴퓨터가 본격 확산되면 안정성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한 단계 진화한 방식이 부상할 전망이다. 양자암호는 0값과 1값을 동시에 가지는 양자의 성격을 이용하기 때문에 기존 수학 연산 방식의 해킹을 막는 데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동맹 늘리기에도 도움이 된다. 양자암호 기술은 미국·중국·독일 등이 선도한다. 후발 주자인 국내 통신사가 표준을 먼저 제안하면 이들의 연결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통신업계의 설명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표준을 인정받으면 양자기술이 고도화된 해외 기업과도 협업이 쉬워진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