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를 통해 생애 첫 공모주 청약에 참여한 소액주주가 많을 것이라고 한다. 금융 혁신과 주주 가치 제고라는 목표를 모두 이뤄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카카오페이가 유가증권시장에 데뷔한 지난달 3일, 류영준 대표가 상장 기념식에서 남긴 소감이다. 사상 최초로 100% 균등배정 방식을 도입한 카카오페이 일반청약에는 182만 명이 몰렸다. 류 대표 말대로 ‘주린이’(초보 주식 투자자) 소액주주가 적지 않을 것이다.
지난 10일 무더기로 뜬 공시는 이 회사 소액주주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류 대표를 포함한 고위 경영진 8명이 자사주를 대거 매각했다. 스톡옵션 71만2030주를 받은 류 대표는 이 중 23만 주(32%)를 처분해 457억원의 차익을 가져갔다. 다른 임원들도 스톡옵션을 10~40%씩 행사해 적게는 10억원, 많게는 150억원 안팎을 손에 쥐었다. 상장 38일 만이다.
이들의 지분 매각은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다. 카카오페이의 탄생과 고성장을 이끈 주역들이 두둑한 보상을 가져가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다만 두 가지 의문은 남는다. 왜 굳이 이 시점이었는지, 그리고 그들의 선택이 스스로 다짐했던 주주 가치 제고에 부합하는지다.
카카오페이는 상장하자마자 국내 최대 금융그룹인 KB금융 시가총액을 뛰어넘었지만 ‘고평가 논란’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회사이기도 하다. 한쪽에선 핀테크 플랫폼 성장에 대한 기대가, 다른 한쪽에선 가치가 부풀려졌다는 혹평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통상 경영진이 주식을 내다 팔면 시장은 ‘지금이 고점’이라는 신호로 해석한다. 주린이는 모를 수 있어도 금융업을 하는 사람들은 모를 리 없는 사실이다. 카카오페이를 괴롭혀온 논쟁에 최고경영자(CEO)가 기름을 부은 모양새가 됐다. 급전이 필요해 주식을 조금 파는 CEO는 종종 있지만 이번 매도 규모를 보면 그런 사정인지도 확실치 않다.
경영진이 주식을 처분한 날은 카카오페이가 코스피200지수에 편입된 첫날이었다. 코스피200에 포함되면 공매도가 허용된다. 밸류에이션 부담이 큰 종목일수록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류 대표는 카카오페이에서 일군 성과를 인정받아 내년 3월 카카오 새 공동대표에 오른다. 시총 6위 기업 수장으로서 더 많은 투자자와 소통해야 하는 자리다. 10일 6.47% 급락하고 13일 3.06% 더 떨어진 카카오페이 주가를 보며 씁쓸함이 남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