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 명품 시장은 전년 대비 13%를 웃도는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의 성장률은 4%대에 그치며 상위 10개국 중 가장 낮을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명품 소비가 급감했던 국가들에서의 '보복소비'가 급증하면서 한국이 상대적으로 낮은 성장률을 나타낸 것이란 분석이다. 중국은 올해도 30%대의 성장률을 보이면서 2년째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14일 한경닷컴이 시장조사업체인 유로모니터인터내셔널의 글로벌 명품시장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한국은 올해 명품 시장 매출이 전년 대비 4.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세계 시장 성장률 전망치 13.3%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한국은 명품 시장 상위 10위권 국가 중 올해 성장률이 가장 낮을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도 성장률 1위는 중국이다. 지난해 29.4%로 가장 크게 성장한 중국은 올해도 38.4% 증가하며 유일하게 30%대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중국의 올해 명품 시장 규모는 700억 달러, 우리돈 약 8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경제적 타격이 상대적으로 적었던데다, 내수 진작을 위해 하이난 면세점의 내국인 규제를 대폭 완화한 것이 올해 명품시장 성장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홍희정 유로모니터 뷰티&패션 부문 총괄 연구원은 "중국의 젊은 소비자층은 사회적인 욕구와 자아 표출의 방법으로 명품 소비를 하고 있다"며 "낮아진 수입관세 등 이점을 이용해 명품 구매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홍 연구원은 "하이난 자유무역항 건설 계획 등을 고려할 때 향후 중국 명품 시장의 고성장은 상당기간 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홍콩은 올해 명품시장 성장률이 20%로 2위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어 영국 13.5%, 일본과 독일 각각 10.8%, 미국 10.2%, 이탈리아 7%, 대만 5.7%, 프랑스 5.4% 순이다.
지난해 글로벌 명품 시장 규모는 큰 폭 감소했다. 상위 10개국 중 홍콩은 전년 대비 42% 급감했다. 미국·일본·프랑스·영국·이탈리아·독일 등 6개국은 20%대로 감소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이 상대적으로 양호했던 덕분에 명품 시장도 전년 대비 0.1% 감소하는데 머물렀다. 올해는 지난해 시장이 크게 쪼그라들었던 국가들을 중심으로 큰 폭의 회복세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명품 커머스 3개사 사용자 수 3~15배↑
시장 규모로 한국은 지난해 처음으로 7위에 오른 뒤 올해도 7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작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독일을 앞지르는 것이다.
특히 한국에선 명품 앱 커머스의 성장이 눈에 띈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가 집계하는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발란·트렌비·머스트잇 등 3개 명품 앱 사용자 수(안드로이드 및 iOS)는 지난달 기준으로 전년 대비 3~15배 불어났다.
발란은 명품 시장 성장세의 혜택을 가장 크게 보고 있다. 지난달 이 업체의 사용자 수는 56만5938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5배 늘어났다. 1428%의 성장률이다.
트렌비 사용자는 69만4487명, 머스트잇은 35만100명으로 같은 기간 각각 6배와 3배 늘었다.
한국 명품 시장은 기존 의류 품목에서 나아가 다양한 품목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홍 연구원은 "한국 럭셔리 시장은 올해 다른 나라에 비해 성장세가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시장 자체는 꾸준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며 "패션 잡화, 시계, 립스틱부터 핸드크림에 이르기까지 명품 시장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