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디지털 전환)을 계기로 공급자에서 수요자로 서비스의 중심이 옮겨가고 있습니다.”
신원근 카카오페이 전략총괄 부사장(사진)은 지난 10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한경·삼정KPMG 디지털금융 포럼 2021’에 기조강연자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25일 류영준 대표에 이어 차기 대표에 내정된 신 부사장은 내년 3월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공급자 마인드 여전한 한국 금융업계”그는 여행업과 방송업을 예로 들었다. 과거에 여행을 가려면 몇 안되는 여행사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지금은 야놀자·스카이스캐너 등 모바일 앱이 등장하면서 원하는 스케줄·항공권·코스 등을 소비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다.
신 부사장은 “콘텐츠·엔터테인먼트 시장도 TV 편성표를 보고 ‘본방 사수’하거나 놓친 프로그램이 있다면 재방송을 기다려야 했던 과거와 달라졌다”며 “넷플릭스, 왓챠 등 온라인동영상플랫폼(OTT)이 등장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콘텐츠를 스마트폰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 부사장은 한국 금융이 과연 이 같은 변화에 잘 부응하고 있느냐에 대해선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모바일 혁명을 주도한 정보기술(IT) 업계에서조차 초기엔 반짝이는 아이디어만으로도 놀라운 실적을 일궈냈지만 지금은 품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며 “심지어 금융업계에선 아직도 은행 창구 등에서 공급하는 상품만 선택할 수 있는 등 공급자 중심의 마인드가 여전하다”고 꼬집었다.
신 부사장은 카카오페이가 결제·송금을 넘어 금융으로 좀 더 깊숙이 들어가 기존 제도권 금융사들과 본격적으로 경쟁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카카오페이가) 기존 금융사에서 만든 금융상품을 가져다 팔았다면 앞으로는 보험이나 증권 등 분야별로 사용자들이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상품 및 서비스를 직접 개발해 내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부사장은 “그중에서 보험은 일반 금융소비자가 어렵다고 느끼는 대표적인 분야”라며 “이런 탓에 지금까지는 설계사가 제안하는 상품만 고르는 소극적인 소비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카카오페이는 자회사인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을 앞세워 소액 보험료로 단기간 가입할 수 있는 소액단기보험 등 가입자에게 초점을 맞춘 보험상품을 잇달아 출시하겠다는 구상이다. 보험 가입자들이 원하는 보장을 직접 선택하고, 카카오페이에서 보험금을 자동 청구하는 간편청구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신 부사장은 내년 초 증권사의 주요 수익채널인 주식매매 서비스에도 도전장을 내밀 방침이다. 그는 “요즘 회자되는 주린이부터 주식 고수까지 편하게 쓸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겠다”고 했다. 해외주식에 투자할 때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환전 절차를 없애는 등 투자자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게 신 부사장의 설명이다. 잔돈으로 투자할 수 있는 소수점 투자도 내년 초 도입할 계획이다.
“암호화폐·스니커즈도 PB서비스 제공”신 부사장은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도 비대면 프라이빗뱅커(PB) 서비스로 거듭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그는 “(마이데이터가) 흩어진 정보를 하나로 모으는 데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암호화폐나 최근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는 스니커즈도 포함해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자산을 편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계열로 자산 추이를 보여주고, 개선할 자산관리 포인트를 짚어주는 비대면 PB로서 기능할 것이라는 얘기다.
MZ세대에 초점을 맞춘 신용평가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신 부사장은 “카카오페이 초기 사용자들은 금융거래 정보가 없어 대출을 못 받는 20~30대 젊은 세대가 많았다”며 “이들 사용자가 카카오페이에서 활동한 데이터를 모아 신용평가모델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현재 시범 모델을 테스트 중”이라며 “내년 1분기 출시되는 후불교통서비스에 접목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카카오페이는 이를 통해 신용평가모델을 고도화하고 전반적인 후불결제에 도입할 계획이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