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에 누구나 ‘혁신적 사고’를 가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혁신을 가장 잘하는 사람이 누구겠습니까. 바로 기업가입니다. 혁신을 지향하는 기업가 정신을 우리 국민 1000만 명이 갖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남민우 다산그룹 회장(사진)은 스스로 영원한 ‘벤처인’이라고 말한다. 1991년 중소기업을 뛰쳐나와 네트워크 장비 사업에 도전한 지 30년 만에 연매출 5000억원의 기업을 일군 기업인이자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 위원장·벤처기업협회 회장을 지낸 인물이기도 하다.
벤처업계의 ‘큰형님’으로 불리는 그가 최근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을 다시 맡았다. 2015년에 이어 두 번째다. 올해 재단 설립 10주년을 맞은 만큼 다가오는 ‘새로운 10년’ 동안에는 국민 1000만 명에게 기업가 정신을 널리 퍼뜨려보자는 계획을 세웠다. 남 이사장을 지난 8일 다산네트웍스 본사에서 만났다.
남 이사장은 “한 번 이사장직을 맡아보긴 했지만 아직도 부담 반 기대 반”이라고 운을 뗐다. 설립 초기에 비해 재단 규모도 크고 하는 일도 많아진 만큼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 더욱 어깨가 무겁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이번에는 공무원, 회사원까지 포함해 국민 1000만 명에게 기업가 정신을 퍼뜨리겠다는 큰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교·중·고등학교는 물론 초등학교까지 기업가 정신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창조·혁신성이 강조되는 만큼 이를 중시하는 기업가 정신을 학생들에게도 가르쳐야 한다는 얘기다.
남 이사장은 “모든 학생이 기업가가 될 필요는 없지만, 기업가 정신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보다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인재가 될 수 있다”며 “천성적으로 기업가 기질을 타고난 학생은 더욱 빨리 창업에 도전하도록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취업난이 장기화하면서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공무원시험에 매달리는 대학생들을 보는 일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워라밸’이 중요해진 시대에 ‘위험을 무릅쓰고 기회를 쟁취하는’ 기업가 정신은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남 이사장은 오히려 취업이 어려워질수록 기업가 정신을 가진 사람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다고 말한다.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는 데 필요한 게 바로 ‘절박함’입니다. 절박한 사람만이 위험을 무릅쓰고 기회를 잡아 파괴적인 혁신을 가져올 수 있죠. 지금 취업난은 오히려 도전적인 학생들에겐 기회라고 봅니다. 창업 환경도 과거보다 훨씬 좋아졌고요. 그래서 학생들에게 창업해보라고 늘 말합니다. 성공·실패를 넘어 기업가 정신을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니까요.”
‘닥치고 창업’이라는 말을 강조하는 남 이사장이지만 그도 외환위기를 비롯해 사업에서 여러 번 고비를 겪었다. 미국 거래처에 줄 돈이 부족해 실리콘밸리에서 지내면서 직접 몸으로 때운 적도 있었다. 남 이사장은 “책상에서 벗어나 현장에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다 보면 자신만의 성공 공식을 얻을 수 있다”며 “이런 도전 과정이 바로 기업가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남 이사장은 “우리 국민 5분의 1이 기업가 정신을 갖춘다면 사회가 크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업가 정신을 기업인이나 창업 분야에만 국한하지 말고 모든 직업, 모든 세대가 갖춰야 할 덕목으로 자리잡게끔 하겠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