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장관급 고위인사를 보내지 않고 하시모토 세이코 도쿄올림픽 조직위원장(사진)을 파견하기로 방침을 굳혔다고 요미우리신문이 11일 전했다.
복수의 일본 정부 및 자민당 관계자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내각은 중국의 인권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 고위관계자를 파견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판단했다. 대신 대회 직전 베이징에서 열리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 하시모토 위원장을 출석시킨 후 올림픽 기간 중 현지에 머무르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시모토 위원장은 도쿄올림픽 담당장관을 역임했을 뿐 아니라 현직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중국의 체면을 세워줄 수 있다"고 외무성 관계자는 말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를 보내지는 않지만 전직 장관 출신인 국회의원을 파견하는 절충적인 외교적 보이콧을 선택한 셈이다.
베이징올림픽이 열리는 2022년은 중일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는 해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 내에는 최대 무역상대국이기도 한 중국을 필요이상으로 자극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큰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은 올해 도쿄올림픽에 장관급인 국가체육총국장을 파견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9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이미 온 힘을 다해 일본의 도쿄올림픽 개최를 지지했다"며 "이제는 일본이 응당 갖춰야 할 기본적인 신의를 보여줄 차례"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도 도쿄올림픽 당시 중국의 대응과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한때 무로후시 고지 스포츠청장관의 파견을 검토했지만 미국 등 동맹국들의 비판을 의식해 신중론으로 돌아섰다. 일본 선수단은 예정대로 파견한다.
일본 정부는 이달 중 베이징올림픽에 대한 정식 입장을 결정할 계획이다. 기시다 총리가 조만간 미국을 방문해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직접 일본의 대응방안을 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기시다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과 조기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과 영국, 호주, 캐나다, 리투아니아 등이 베이징올림픽에 정부 고위관계자를 참석시키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 때문에 미국의 극동 아시아 지역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의 대응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