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등을 이유로 징계를 받은 직원이 징계 취소 소송을 준비하면서 회사에 피해 직원 등에 대한 조사자료 공개를 요구했다면, 이를 공개해줘야 한다는 취지의 법원 판결이 나왔다. 징계 받은 자의 방어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취지다.
광주지방법원 단독 황영희 판사는 지난달 10일 H공사 소속 직원 B씨가 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소송에서 이 같이 판단하고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B씨는 4급 대리로 근무하던 중, 지난해 8월 동료 여성직원 3명에 대한 성희롱, 동료에 대한 폭행, 부적절한 언행 등을 이유로 감봉 6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B씨는 징계 처분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징계처분 취소 소송을 준비하면서 공사를 상대로 "신고내용, 본인 및 관련자 조사자료, 조사 결과서 등 관련자료 전부를 정보공개해달라"며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하지만 공사는 "피해자의 진술 내용이 공개될 경우 피해자들이 특정될 수 있어 피해를 입을 수 있으므로 공공기관 정보공개법에 따라 공개할 수 없다"며 관련자 조사자료 등에 대해 공개 거부처분을 내렸다. 공공기관 정보공개법은 공개될 경우 업무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줄수 있거나 사생활의 비밀 등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엔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은 B씨의 손을 들어줬다. 황 판사는 "조사 과정에서 이미 H공사 측이 피해자들의 실명을 언급했다"며 "피해자들이 겪을 사생활의 비밀 등의 침해가 비교적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B씨가 징계 취소소송을 준비하면서 징계가 위법하다고 주장하려면 피해자 진술을 비롯해 구체적인 증거를 확인해야 한다"며 "이미 징계절차가 일단락됐기 때문에 정보 공개로 인해 보호되는 B씨의 징계절차상 방어권 보장 이익이 매우 큰 반면, 공사의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이 발생할 개연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소송은 공사가 항소를 포기해 1심에서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