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회사에 남았던 여행업계 수장들이 잇따라 교체되고 있다.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사태가 정점을 지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현지시간) 항공, 호텔, 크루즈 산업 등이 조금씩 살아나면서 경영진이 바뀌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7일 퇴임을 발표한 더그 파커 아메리칸항공 최고경영자(CEO)가 대표적이다. 2013년부터 CEO를 맡아온 그는 지난해 초 노조와의 협상을 마무리짓고 퇴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는 코로나19 위기가 커지면서 퇴직을 미뤘다.
파커 CEO는 FT와의 인터뷰에서 “2020년 3월이 엄청난 위기였기 때문에 떠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팬데믹은 끝나지 않았지만 위기는 끝났다”며 “승객들이 다시 돌아오고 미국의 ‘강력한 재정’이 바탕이 되는 시기이기에 완벽하다”고 했다. 파커 CEO는 로버트 이솜 사장을 후임자로 발표했다.
파커 CEO뿐 아니라 여행업계 주요 CEO도 올 들어 사임 의사를 밝혔다. 브래드 틸든 알래스카항공 CEO는 올해 3월 회사를 떠났다. 지난 6월에는 게리 켈리 사우스웨스트항공 사장이 “내년 2월 사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로열캐리비안크루즈의 리처드 페인도 지난달 30년 넘게 있던 CEO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FT는 이 같은 현상이 코로나19 위기로부터 벗어나려는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해석했다. 지난해 4월 미국 항공여객 수는 90% 감소했고, 주요 항공사가 파산할 것이라는 추측도 적지 않았다. 입국 금지 조치 등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여행산업은 약 6조달러(약 7077조원)가량의 손실을 입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지난 10월 “세계 항공사들의 손실이 올해 518억달러에서 내년 116억달러로 78%가량 줄어들 것”이라며 항공여객 수가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은 북미 항공사들이 내년에 약 100억달러의 흑자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에릭 고든 미시간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항공, 크루즈 산업을 이끄는 선장들은 배를 버리지 않았다”며 “이제 안식의 권리를 얻었다”고 말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