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팅룸, 스마트폰에 옮겼다"…오큘러스 창립멤버가 찜한 AR회사 [신현보의 데담]

입력 2021-12-12 16:24
수정 2021-12-12 17:08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 연말 세일 시즌을 맞아 한 온라인쇼핑몰에서 귀걸이를 사려던 직장인 A씨는 결제 직전 멈췄다. 실제 착용했을 때 잘 어울릴지 덜컥 겁이 났기 때문이다. 이에 A씨는 스마트폰을 꺼내 귀걸이를 '가상착용'해보기로 했다. 얼굴을 카메라로 비추자 증강현실(AR) 기술로 얼굴 크기에 맞춰 A씨가 귀걸이를 착용한 모습이 화면에 떴다. A씨는 만족하며 상품을 결제할 수 있었다.
이같이 AR 서비스 업체인 로로젬은 전자상거래(이커머스) 기업에 의류, 패션 소품 등을 3차원(3D)으로 변환해 제공하는 B2B(기업 대 기업) 기업이다. 로로젬의 서비스를 활용한 온라인쇼핑몰에선 소비자가 카메라를 갖다대면, 제품을 착용했을 당시 모습을 미리 볼 수 있다. 피팅룸을 스마트폰 혹은 컴퓨터 속으로 옮긴 셈이다. 로로젬이 AR로 구사한 제품들은 3D인 만큼 원하는 각도에서 실제 물건을 착용했을 때와 같은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로로젬은 소개했다.

이같은 기술력을 인정 받아 로로젬은 세계적인 가상현실(VR) 업체인 '오큘러스'의 창립 멤버이자 페이스북 임원을 역임한 개발자 니라브 파텔(Nirav Patel)에게 최근 투자를 받았다. 로로젬에 따르면 파텔의 투자 이유는 "로로젬이 온라인 커머스 분야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명확하고 기술력을 가진 선구자이기 때문"이다.

로로젬을 이끌고 있는 김한울 대표(35·사진)는 10일 "우리는 고객이 굳이 매장에서 할 고민과 버릴 시간을 안방에서 여유롭게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최근 명품 가방을 사기 위해 밤새 줄서지 않냐"면서 "그렇게 들어가서도 나한테 무엇이 어울릴까 계속 착용해보고 고민하다 시간이 다 간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근 온라인 시장이 확대되면서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발생하는 문제인 '반품'도 로로젬이 도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품에 하자가 생긴 경우라면 당연히 거쳐야하는 과정이지만, 인터넷에 올라온 제품의 정보 혹은 인상이 실제 물건과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반품을 위해 업체에 항의를 하거나 귀찮은 절차를 밟아야한다. 판매자 또한 최대한 노력을 기울여 상품 정보를 온라인에서 안내했지만 억울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이런 경우 택배비 등 비용이 어느 쪽에 발생한다는 경제적 부담을 수반한다.

김 대표가 해결하고자 하는 비즈니스 문제는 여기있다. 판매자가 소비자에게 전달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정보 손실'과 그로 인해 소비자 측에서 생길 수 있는 '구매 실패'를 없애는 일이다.

김 대표는 온라인 시장이 커질수록 이 문제가 더 확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2030세대만 하더라도 물건을 매장에서 사고 경험하는 일을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리는 세대지만, 요즘 10대들은 또 다르다"면서 "앞으로 시대는 더 온라인 소비와 경험을 중시하게 될 것이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로로젬의 AR 서비스는 별도 앱이나 시스템이 아닌 웹 기반 서비스다. 이름은 '로로젬 Web AR'. 이는 국내 최초 웹 기반 AR 솔루션이라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보통 AR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는 등 소비자가 번거로웠지만, 로로젬을 사용하는 판매자는 자신들의 웹 사이트에서 바로 소비자가 경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안경 같은 제품은 전통적으로 오프라인에서 구매하는 물건이다. 이 제품을 온라인에서 구매할 때, 걱정과 고민을 하는 사람이 아직도 절대 다수로 많다"면서 "로로젬 Web AR을 사용하면 소비자가 실제 본인 얼굴에 안경이 얼마나 크고 작은지, 각도가 변해도 잘 어울리는지 등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구매 실패를 현저히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로로젬은 파텔 뿐 아니라 국내 메이슨인베스트먼트에서도 최근 투자를 유치하면서 해외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김 대표는 "로로젬의 성장세는 코로나19의 위기를 투자와 성장의 기회로 발판 삼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최근 로로젬은 고비를 맞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람들이 외출을 삼가거나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게 되면서 주력 서비스 분야였던 주얼리 시장이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이 때 김 대표는 주얼리 시장의 대안을 찾기 위해 그전까지 쌓아놨던 자본을 과감하게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그 결과 AR 서비스를 안경, 모자, 의류, 가구 등으로 확대할 수 있게 됐다고 소개했다.

이제 그는 글로벌 AR 패션 플랫폼을 꿈꾼다. 김 대표는 "웹 기반으로 높은 질의 AR 가상착용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은 우리가 유일하다"면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고도화해 대체불가능한 AR 업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