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 팔아치운 삼성전자 '줍줍'…외국인들, 1.6조 담았다

입력 2021-12-10 14:15
수정 2021-12-10 15:18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로 다시 돌아오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조기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추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새 변이 오미크론 우려가 투자심리를 짓누르지만 이달 들어 벌써 2조원 넘게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덩달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도 오르고 있다. 이달 들어 삼성전자는 9% 가까이 올랐으며, SK하이닉스는 6% 넘게 상승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우려만 쏟아내던 외국계 증권사들이 반도체 업종에 대해 기대감을 높이면서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1일부터 전날까지 2조5583억원어치를 담았다. 같은 기간 기관투자자는 1조8967억원을, 개인은 4조142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의 매수세는 압도적이다.

외국인의 '사자' 행보는 이달 들어 강해지고 있다. 지난 1일부터 9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하루(8일)를 제외하고 모두 순매수 했다. 특히 지난 1일과 2일은 1조원 가까이 주식을 사들였다.

증권가에선 외국인의 순매수를 두고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우려가 완화된 것이 가장 컸다고 분석한다. 오미크론 변이가 델타 변이보다 전염성은 강하지만 중증도는 심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살아났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와 경기에 영향을 주는 중국 리스크, 미 Fed 긴축 리스크, 반도체 업황 조정 리스크, 국내 금리인상 리스크 등의 악재가 이미 주가에 선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최근 강한 순매수세를 보이고 있는 외국인이 각종 악재에도 대규모 국내 주식 매도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외국인들은 어떤 종목을 담았을까.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일부터 전날까지 외국인들은 삼성전자를 1조6000억원어치나 담았다. 그 뒤를 △카카오뱅크(3378억원) △SK하이닉스(2257억원) △삼성전자우(1983억원) △LG화학(1056억원) △크래프톤(943억원) △카카오게임즈(941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달말까지 7만원 초반대였던 삼성전자는 전날 7만8000원선까지 올라 8만전자 회복을 보고 있다. 여기에 국내외 증권사에서도 10만전자를 내다보는 전망이 나오면서 외국인 수급도 몰리고 있다.

연초 9만원까지 올랐던 삼성전자는 8만원대에 안착하는 모습이었으나 여름 외국계의 부정적 리포트가 쏟아지면서 7만원선으로 내려갔다. 특히 10월말과 11월 중순에는 6만원대에 장을 마치는 날도 나타났다.

하지만 이달 삼성전자의 주가는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달 초 4.35% 급등한데 이어 지난 2일 1.88%의 상승을 이어가는 등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7일 홍콩계 증권사 CLSA는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기존 8만4000원에서 10만5000원으로 상향 조정했고, 투자의견은 '시장 수익률 상회'(Outperform)에서 '매수'로 높혔다. CLSA는 보고서를 통해 메모리 침체는 예상보다 짧고, 얕은 수준일 수 있으며 메모리 회복 관련 초기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증권사도 장밋빛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은 최근 3주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회사에 총 3조원이 넘는 순매수를 기록 중인데, 이는 전체 외인 순매수 4조35000억원의 69%에 달하는 것"이라며 "디램(DRAM)가격 반등과 이에 따른 수급 변화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