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숨에 시총 500억달러 육박…워런버핏·손정의도 투자한 곳은?

입력 2021-12-10 15:19
수정 2021-12-10 15:48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브라질 핀테크 기업 누뱅크가 미국 증시에 데뷔한 첫날 시가총액이 500억달러(약 58조원)에 육박했다.

9일(현지시간) 미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신규 상장한 브라질의 인터넷 전문 은행 누뱅크가 주당 10.3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공모가(9달러)보다 14.78% 상승한 가격이다. 시가총액은 476억달러로 불어났다.

누뱅크는 이번 기업공개(IPO)를 통해 26억달러를 조달했다. 주당 9달러 공모가 기준으로 누뱅크의 기업가치는 414억달러로 책정됐는데, 이는 올해 들어 5번째로 규모가 큰 IPO다. 콜롬비아 태생의 데이비드 벨레즈 누뱅크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누뱅크의 성공적인 데뷔 성적표에 대해 "우리는 회사 설립 이후 급격히 성장해오긴 했지만 디지털뱅킹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들에 늘 시달려야 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그러나 코로나19 여파 이후 기존 오프라인 은행의 지점들이 문을 닫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우리 서비스를 시도하기 시작했고 누뱅크가 더 나은 선택이라는 걸 깨달은 것 같다"고 강조했다. 특히 60대 이상 고령 소비층의 유입 속도가 빠른 점을 내세웠다.

누뱅크의 첫날 시가총액은 브라질 최대 정유기업 페트로브라스와 광산기업 발레 등의 시가총액을 뒤이은 3위로 평가됐다. 핀테크 기업으로서 브라질의 최대 기존 레거시(legacy) 은행 이타우 우니방쿠(370억달러) 등을 제치고 가장 몸값이 비싼 은행 반열에 오르게 됐다는 점도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로이터통신은 "고금리와 저기술 은행 시스템으로 악명 높은 브라질 등 남미권에서 핀테크가 어떻게 기존 은행들의 아성에 도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CNBC는 "누뱅크에 앞서 미 증시에 발을 들였던 로빈후드, 소파이 등 다른 핀테크 기업들보다 기업가치가 훨씬 더 높게 평가됐다"고 전했다. 이어 "제2의 로빈후드로 불리며 내년 상반기 상장 예정인 차임의 예상 기업가치도 가뿐히 압도하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누뱅크가 설립된 2013년 당시 브라질의 금융 생태계는 비효율적이고 접근성도 낮았다. 브라질의 5개 은행이 전체 예금 자산의 84%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시장 집중도가 편중돼 있었고, 연간 신용카드 금리는 300%까지 치솟은 상태였다. 기존 은행들의 지점이 위치한 도시는 브라질 전체의 60%에 불과했다. 이로 인해 전체 인구의 3분의1은 은행 계좌조차 없었다.

이에 누뱅크는 이자율을 대폭 깎고 수수료가 없는 신용카드를 출시하는 등 공격적인 영업에 나섰다. 신용카드로 시작해 예금계좌, 투자플랫폼, 대출, 보험 등으로 서비스를 확장했다. 누뱅크는 모바일 플랫폼에서도 거래 수수료를 일체 부과하지 않고 있다. 누뱅크에 따르면 수수료 없는 거래 구조 덕분에 이용객들이 절감하는 비용이 총 20억달러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지난 9월 30일 기준 약 510만명의 브라질 국민들이 누뱅크를 통해 처음으로 신용카드나 은행계좌를 개설한 것으로 추산됐다. 현재 브라질 콜롬비아 멕시코 등에 걸쳐 총 4800만명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세계적으로도 3800만명의 소비자가 누뱅크 서비스를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누뱅크의 가능성과 확장세를 눈여겨 본 투자자들의 '펀딩' 발길도 끊이지 않았다. 올해 초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가 누뱅크에 5억달러를 투자했다. 이외에도 글로벌 벤처캐피털(VC) 세쿼이아캐피털, 글로벌 헤지펀드 운용사 타이거글로벌매니지먼트, 일본 투자사 소프트뱅크 등과 중국 텐센트가 주요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누뱅크의 올해 매출액은 10억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5억3500만달러에서 2배 가까이 늘었다. 그동안 영업손실을 거듭하다가 올해 상반기 처음으로 흑자로 돌아섰다. 2013년 시드(seed) 라운드부터 누뱅크에 자금을 댔던 세쿼이아캐피털의 글로벌 매니징 파트너인 더글라스 레오네는 "누뱅크는 우리가 매우 오랫동안 주식을 보유하기를 원하는 회사들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