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주재로 열린 ‘민주주의 정상회의’ 영상 연설에서 “권위주의가 국민을 억압할 때마다 한국 국민은 평화적인 시민혁명으로 민주주의를 지키고 진전시켰다”며 “한국은 민주주의의 가치를 증명하는 대표적인 나라”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회의 첫째 날인 지난 9일에도 “민주주의는 권위주의를 무너뜨리며 성장했지만 나라 안팎의 권위주의는 끊임없이 되살아나고 있다”며 “한국 국민은 지금도 권위주의에 맞서 싸우는 나라 국민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에 공감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또 “민주주의의 우월성은 투명성과 공정에 있다”고도 했다.
사실상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열린 이번 정상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격화하는 미·중 갈등 와중에 ‘줄타기’를 지속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틀 연속 중국과 북한 등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일각에선 한국이 권위주의를 극복한 경험으로 국제사회에 이바지하겠다는 내용이나 ‘권위주의’란 용어 자체가 중국이나 러시아를 떠올려 회의 주재국이자 동맹 관계인 미국을 의식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가짜뉴스 확산에 대한 전 세계적 대응도 촉구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9일 문 대통령이 세션 발언자로 나서 “민주주의를 지켜낼 방안에 대해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인류는 민주주의와 함께 역사상 경험한 적이 없는 번영을 이뤘다”면서도 “포퓰리즘과 극단주의, 불평등과 양극화, 가짜뉴스, 혐오와 증오 등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가짜뉴스로부터 민주주의를 지킬 자정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번 회의에 한국을 비롯한 110개 동맹국을 초청했다. 중국의 반발에도 대만을 초청했고, 러시아와 긴장 관계에 있는 우크라이나도 참석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초청하지 않았다.
이번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반(反)권위주의, 부패 척결, 인권 증진 등이 의제로 올랐지만 문 대통령은 북한 인권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반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북한에 의한 납치는 일본의 주권,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중대한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은 이 회의를 맹비난했다. 북한 외무성은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글에서 “대결과 분열의 서막, 바로 이것이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대해) 국제사회가 내린 정의”라고 주장했다.
임도원/문혜정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