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앱 속에…주목받는 디지털 치료제

입력 2021-12-10 17:05
수정 2021-12-10 23:59
‘디지털 치료제.’ 최신 헬스케어 기술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보셨죠. 하지만 이름만 들어선 이게 어떤 건지 얼른 감이 오지 않습니다. 흔히 아플 때 찾는 약이나 주사 대신 정보기술(IT)로 질병을 고친다는 것 같은데, 허무맹랑하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게다가 언뜻 보면 비슷해 보이는 말도 참 많아요. 디지털 헬스케어, 전자약 등이 그렇죠. 개념과 원리가 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디지털 치료제를 다루기 전에 먼저 디지털 헬스케어를 볼까요. 디지털 헬스케어는 디지털 치료제를 포함하는 아득한 상위 개념입니다. 여기엔 스마트워치와 스마트폰이 제공하는 헬스케어 앱, 병원에서 매 순간 만들어지는 의료데이터 등이 모두 포함됩니다. 뷰노, 루닛 등이 대표 기업인 인공지능(AI) 기반 진단도 디지털 헬스케어에 포함할 수 있습니다. IT 발달로 그 영역이 점점 넓어지고 있는 중이지요.

그럼 이번엔 디지털 치료제의 개념을 설명하기 앞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헷갈리는 개념인 전자약을 짚어보겠습니다. 전자약은 규제 관점에서 보면 의료기기에 속하지만 자기장과 전기자극 등을 이용해 질환 및 증상을 직접 치료한다는 점에서 기존 의료기기와 구분할 수 있습니다. 가령 미국 전자약 업체 일렉트로코어의 ‘감마코어’는 편두통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습니다. 이 전자약은 목 뒤쪽에 전기신호 등의 자극을 주어 긴장된 근육을 풀어주는 원리로 작동합니다. 머리가 아플 때 우리가 흔히 먹는 경구형 진통제에 비해 간독성이나 위장관 출혈 등의 부작용이 없다는 게 장점이죠.

그렇다면 디지털 치료제는 대체 뭘까요. 현재 20종이 넘는 디지털 치료제가 FDA 승인을 받아 미국에서 쓰이고 있습니다. 이 중 2017년 FDA로부터 1호 디지털 치료제로 승인받은 미국 벤처기업 페어테라퓨틱스의 ‘리셋’(사진)은 알코올 등 각종 물질중독장애 치료제입니다. 의사가 대면으로 수행하는 인지행동치료를 앱으로 구성해 환자가 24시간 이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앱을 통해 환자에게 행동을 지시하고, 치료에 필요한 동기 부여를 지속적으로 하도록 설계돼 있죠.

불면증 개선을 위한 디지털 치료제 개발도 한창입니다. 불면증 치료제라고 하면 잠이 쏟아지게 만드는 약물을 먼저 떠올리기 쉽지만 의사와 상담하며 취침 시간을 조절하고 불안 요소 등을 제거하는 인지행동치료가 실제론 우선순위가 더 높은 치료 방법입니다. 언제 어디서든 이용할 수 있는 앱 형태의 디지털 치료제는 병원이 아니라 집에서도 환자들을 관리해주고, 올바른 수면 습관을 지키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 페어테라퓨틱스의 디지털 불면증 치료제 ‘솜리스트’가 지난해 FDA 승인을 받았으며, 국내에선 웰트 등 벤처기업이 임상시험을 최근 진행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치료제를 적용하려는 영역도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게임으로 소아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치료하는 게임 형태 치료제 ‘인데버RX(아킬리 인터랙티브)’가 지난해 FDA 승인을 받았죠. 알약 속에 자그마한 칩을 넣어 만성질환 환자들의 복약 주기를 관리하는 디지털 치료제도 시중에 나왔습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환자들이 병원을 찾기가 어려워지면서 FDA는 약물에 비해 안전한 디지털 치료제의 승인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디지털 치료제로 치료 및 관리할 수 있는 영역은 앞으로 빠르게 넓어질 전망입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