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도 1등하겠네"…'더러운 방' 선발대회, 상품이 무려 [이슈+]

입력 2021-12-11 17:25
수정 2021-12-11 18:27


"아이고 우리 딸이 저기 참가했으면 1등 했겠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의 공통된 고민은 '어지럽혀진 자녀의 방'일 것이다. 아이 스스로 정리정돈하는 습관을 들여주고 싶지만 영 쉽지가 않다. 만국 공통의 고민이었을까. 영국에서 열린 '가장 지저분한 방' 선발대회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국 매체 '더 선' 등 보도에 따르면 침대업체 '해피베드'는 최근 이같은 대회를 개최했다. 이런 황당한 대회를 기획한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해피베드의 마케팅 매니저 루시 볼란드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방을 정리하도록 만드는 게 어려운 부모들을 생각했다"고 개최 의도를 설명했다.

우승의 명예(?)를 거머쥔 아이는 바로 영국 글래스고 출신의 8살 소녀 에밀리다. 에밀리의 방 사진을 보면 인위적으로 방을 어지럽혔다는 느낌을 받기 어렵다. 자연스럽게 더럽다. 마치 도둑이 쑥대밭을 만들고 자리를 뜬 현장 같기도 하다.



에밀리는 1등 상품으로 어린이용 침대를 선물 받았다. 침대 가격은 400파운드(한화 약 63만 원)다. 해피베드 측은 "새 침대가 앞으로 에밀리의 방을 깔끔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돕길 바란다"고 했다.

에밀리의 아빠 스티브는 "에밀리는 자신의 침실을 탈의실처럼 여기며 거의 모든 시간은 안방에서 보낸다"며 "청소를 해도 다시 더러운 방으로 원상 복구 되는 데까지 일주일 이상이 걸리지 않는다"고 했다.

선한 의도로 개최된 대회였으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중심으로 대회에 참가한 아이들의 부모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저 지경이 될 때까지 부모는 무엇을 한 것이냐는 지적이다.

네티즌들은 "부모가 자신의 아이가 지저분하고 더러워지는 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정리하는 법을 알려주긴 한 건가" 등의 반응을 보였다.

미네소타대학 명예교수인 마티 로스만의 과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어릴 때부터 청소나 설거지 같은 집안일을 해온 아이들이 집안일을 하지 않은 아이들보다 통찰력·책임감·자신감 등이 더 높았다.

하버드 의과대학의 조지 베일런트 교수가 11~16세 아동 456명을 약 35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성인이 돼 사회적으로 성공한 삶을 꾸린 아이들의 유일한 공통점은 바로 어린 시절부터 경험한 집안일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 아이의 정리정돈 습관을 들여줄 수 있을까. 이정은 작가가 쓴 책 <우리 아이 나쁜버릇 바로잡기>에선 '정리정돈 단계별 훈련법'을 추천했다.



3단계로 구성된 훈련법을 보면 먼저 1단계에서는 수납장을 마련해주는 게 중요하다. 수납장이 적절하게 갖춰져 있지 않으면 장난감을 치우고 싶어도 어디에 치워야 할지 잘 모를 수 있기 때문. 아이 키 높이에 맞는 수납장을 마련해주면 아이가 비교적 재밌게 정리정돈을 할 수 있다고 한다.

2단계에선 각각의 장난감이 들어갈 자리에 사진이나 그림을 붙여놓는 등 재미를 주는 게 중요하다. 자동차, 인형, 스케치북 등의 그림을 수납장에 붙여 알맞은 장난감을 스스로 넣게 하는 것이다.

3단계에선 간단한 집안일을 거들게 하면서 소액이라도 보상을 해주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장보기와 같은 바깥심부름을 시킬 경우 쪽지에 구입할 물건의 목록과 아이가 받게 될 돈의 액수까지 함께 적어준다. 심부름을 무사히 해냈을 때 아이는 뿌듯함과 자신감을 느낄 수 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