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8년이나 단축되면서 국민의 노후보장 제도인 국민연금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국민연금을 내는 생산연령인구가 급감하는 가운데 수급자인 고령층은 더욱 빠른 속도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급 가능 연령인 만 65세 이상 인구는 지난해 815만2000명에서 매년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2024년 1000만8000명으로 사상 처음 1000만 명을 돌파한 뒤 2035년 1528만9000명, 2040년 1724만5000명, 2050년 1900만4000명 등으로 증가한다. 총인구 대비 비중은 2065년 45.9%, 2070년 46.4%로 치솟는다.
반면 연금보험료를 내는 연령대인 15~64세 생산연령인구 비중은 2020년 72.1%에서 2070년 46.1%로 하락한다. 고령층 인구(46.4%)보다 생산연령인구가 더 적어지는 것이다.
인구 구조 변화가 빨라지고 있는 만큼 국민연금 기금의 적자 발생 및 기금 고갈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대폭 당겨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이 2018년 시행한 연금재정계산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적자 발생 시기는 2042년, 기금 고갈 시기는 2057년으로 추산됐다.
당시의 계산은 통계청이 2016년 진행한 2015~2065년 장래인구추계를 기반으로 했다. 이 추계에 따르면 인구 감소 시기는 이번 추계보다 11년 늦은 2032년이다. 65세 이상 비중은 2065년 42.5%로 올해 추계치인 45.9%보다 3.4%포인트 낮다. 생산연령인구는 47.9%로 노인 인구보다는 많을 것으로 예상됐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적자 발생 시점은 2040년, 고갈 시점은 2054년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현 정부는 지금까지 국민연금 개혁을 외면했다. 정부는 국민연금 제도의 현행유지방안과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2~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방안 등 4개 개혁안을 국회에 제출한 뒤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연금개혁을 하지 않는 것은 미래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라며 “현재의 연금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연금개혁을 신속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