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에 확진돼 교원 임용시험에 응시하지 못한 수험생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코로나19와 관련해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31부(부장판사 김지숙)는 임용시험 수험생 44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1인당 1000만원을 지급하라”며 9일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손해배상을 제기한 수험생들은 지난해 11월 치러진 초·중등 1차 임용시험을 보지 못했다. 시험 전날 서울 노량진 임용고시 학원발 집단감염 때문이었다. 당시 수험생 67명이 확진됐다. 이들은 ‘확진자는 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는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의 방침에 따라 시험을 치르지 못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지난 1월 4일 변호사시험 수험생들의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여 ‘확진자는 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는 응시자 유의사항의 효력을 임시로 정지하자 교육부는 같은 달 13일 시작된 2차 임용시험에선 확진자 응시를 모두 허용했다. 이에 따라 1차 시험 당시 응시를 제한당한 수험생들은 “코로나19에 확진됐다는 이유로 응시를 제한한 것은 위법하다”며 올해 1월 1인당 15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번 판결은 코로나19 여파로 국가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사건 가운데 첫 선고다. 현재 △실내체육단체 △자영업자 △코호트 격리 중 사망자 유족 등이 “국가가 방역을 이유로 국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하고 있다.
관련 소송은 총 150억원 규모로 20여 건이 진행 중이다. 정부가 최근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등을 이유로 ‘방역패스’의 의무 적용 업종을 늘리고, 12~18세 청소년도 대상에 포함하는 등의 방역지침을 내놓으면서 관련 소송이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법원이 이번 판결에서 수험생 손을 들어주자 법조계에선 이후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노종언 법무법인 에스 변호사는 “국가가 방역법을 이유로 기본권을 제한하는 일이 많아졌는데, 이를 무제한으로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준 판례”라며 “다른 코로나19 관련 국가 손해배상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해 충실히 노력했는지, 대체 가능한 선택지를 열어줬는지 등이 쟁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