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이버보안 시장은 코로나19 이전만 하더라도 성장이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공공과 민간이 보안 체계를 이미 상당 부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정보보안산업 규모 성장률은 2015년 21.4%에서 2019년 6.3%로 꾸준히 떨어졌다.
증권업계에서는 현실세계 수준의 경제활동을 가능토록 하는 메타버스 시대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보안업계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혜 기대가 큰 종목은 올 들어 주가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커지는 보안시장
네트워크 보안 전문업체인 지니언스는 9일 코스닥시장에서 9.47% 오른 1만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은 982억원이다. 장중엔 1000억원을 돌파했다. 올 들어 주가가 57.81% 올랐다. 아톤(70.23%), 파수(35.79%), 라온시큐어(18.54%) 등도 크게 올랐다. 모두 메타버스 시대에 수혜 기대가 높은 보안주다. 반면 안랩(-11.02%), 소프트캠프(-16.41%), 싸이버원(-41.04%) 등은 메타버스 수혜 기대를 받지 못하면서 상대적으로 부진했다는 게 증권업계 설명이다.
메타버스에서는 각 개인이 갖고 있는 고유 정보의 가치가 더욱 중요해진다. 암호화폐와 NFT(대체불가능토큰) 등 경제적 가치를 지닌 사이버 공간의 재화가 늘어나는 영향이다. 모건스탠리는 2030년 메타버스 내 명품시장 규모가 57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적 가치가 커질수록 사이버 공격도 비례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난해 5월 로블록스 내 1억 명 사용자 개인정보가 해킹당한 게 대표적 사례다. 작년 8월에는 관리자 계정까지 해킹당했다. 보안 전문가인 이대효 지니언스 전략기획실 실장은 “메타버스 시대에는 돈이 되는 정보 양이 많아지기 때문에 보안 대상은 늘어나고 보안 수준은 높아져야 한다”며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혜 예상 종목업계에서는 메타버스 보안시장 수혜가 단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특정 정보를 암호화해 저장하고, 개인정보를 인증하도록 하는 기술이 단기적으로 중요해진다. 인증서 관련 업체들이다. 아톤은 전자인증서명서 구축을 위한 인증 솔루션 업체다. 마이데이터 서비스에서 각 기관에 흩어진 개인정보를 한자리에 모을 때 필요한 보안 솔루션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아톤의 내년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500억원, 100억원에 가까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라온시큐어는 모바일 보안 솔루션 강자로 꼽힌다. 모바일 신분증 사업 등을 하고 있다. 사설인증서 시장 성장에 따른 기대를 받는다. 매출은 300억원대다. 올해는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전자인증 기업인 드림시큐리티는 인증서 등 개인정보 보호 서비스에 특화돼 있다. 공공기관과 금융회사 매출이 대부분이라는 점은 상대적으로 주가에 약점이 됐다.
콘텐츠 자체에 대한 보안도 중요해진다. 메타버스에서는 콘텐츠가 곧 재화로서 인정받기 때문이다. KB증권이 메타버스 수혜 보안주로 꼽은 종목은 파수다. 세계 최초로 디지털저작권 관리(DRM)를 상용화했다. 1200여 개 기업이 파수의 DRM 솔루션을 이용 중이다. 윤창배 KB증권 연구원은 “NFT는 블록체인상 저장돼 영구보존이 가능하지만 실제 원본 디지털 파일은 해킹 리스크가 있다”며 “메타버스상에서도 현실처럼 디지털 창작물에 대한 보안 수요가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프트캠프는 문서보안에 특화된 업체다. 국내 주요 대기업에 문서보안 솔루션을 공급했다.
외부 해킹 등 위협으로부터 데이터 자체를 지키는 네트워크 보안도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지니언스는 네트워크 접근제어 솔루션(NAC) 국내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다. 네트워크에 접속한 다양한 종류의 단말기를 분류하고, 이에 따른 네트워크 보안을 적용하는 기술 분야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다. 차세대 보안 솔루션으로 꼽히는 단말 이상행위 탐지솔루션(EDR) 분야에서도 국내 최다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매출은 200억원대다. 미국 투자자문사 미리캐피털이 올해 꾸준히 사들이면서 지분 9.09%를 보유하고 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