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안 온다고 와인 한두잔 홀짝…뇌는 다시 놀 준비를 한다

입력 2021-12-09 17:45
수정 2021-12-20 08:56

65만8000여 명. 지난해 불면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수다. 잠들지 못해 뜬눈으로 밤을 지새는 사람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 잠을 너무 적게 자거나 수면 도중에 깨면 피로를 해소할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기억력·집중력이 떨어지고 우울증도 생긴다. 잘못된 수면 습관으로 인해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것도 불면증 증상이다.

정기영 대한수면학회장(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사진)은 “운동으로 몸을 관리하듯 수면도 제대로 된 준비와 습관으로 ‘투자’해야 ‘양’과 ‘질’을 모두 챙길 수 있다”고 말했다.

2006년에 설립된 대한수면학회는 신경학과·정신과·이비인후과·치과 등의 전문의들이 모여 불면증, 수면 무호흡증 등 수면장애를 연구하는 학술단체다. 수면 관련 학회 가운데 이처럼 다양한 분야의 전문의들이 공동 연구를 하는 것은 대한수면학회가 유일하다. 불면증은 대한수면학회가 연구하는 대표적 수면장애 중 하나다. 정 교수는 “누구나 스트레스로 인해 잠에 못 드는 경우가 있지만 이런 증상이 2주 이상 계속되면 만성 불면증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불면증 환자들은 잠들기 위해 술을 마시는 등 ‘나름의 방법’을 쓴다. 하지만 알코올은 오히려 불면증을 악화시킨다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알코올은 수면 유도 효과가 있긴 하지만 혈중 알코올 농도가 낮아지면 반사작용으로 뇌를 각성시키고 렘수면과 숙면을 방해한다”고 말했다. 잠들기 전 와인을 한두 잔 마시는 습관이 오히려 ‘스스로 잘 수 있는 능력’을 떨어뜨려 결국 1~2병씩 마시지 않으면 잠을 자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잠들기 전 최소 4시간 전부터 식사는 금물이다. 정 교수는 “사람의 신체기관은 저녁시간이 되면 수면을 준비하는 모드로 변하는데 야식을 먹으면 다시 일하는 모드로 바뀐다”며 “너무 늦은 시간대 식사가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는 이유”라고 했다. 물을 마시거나 우유 한 컵, 바나나 한 개 정도는 숙면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몸을 ‘잠들기 좋은 상태’로 준비했다면 ‘뇌를 정리할 시간’도 필요하다. 정 교수는 “잠들기 1~2시간 전엔 의식적으로 하루 일과를 잊는 등 뇌를 비우고 긴장을 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마트폰 사용도 피해야 한다. 그는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빛은 수면을 준비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를 방해한다”며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고, 주황색 계열의 은은한 불빛을 켜놓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