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한 방울로 암을 진단하는, 한 때는 '사기'로까지 내몰렸던 액체생검 기술이 미국 투자업계로부터 거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액체생검 전문업체 프리놈(Freenome)이 3억 달러(약 3520억원) 규모 시리즈D 투자를 유치했다고 7일(미국 시간) 밝혔다. 누적 투자유치액은 8억 달러(약 9390억원)에 이른다. 투자 규모가 국내에 비해 10배 이상 큰 미국 시장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대규모 투자유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라운드 투자는 미국 뉴욕소재 투자기관 퍼셉티브 어드바이저와 미국 보스톤에 있는 RA 캐피털이 주도했으며 GV(구글벤처스)를 비롯해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와 로슈도 투자자로 참여했다.
프리놈이 이같은 거액을 끌어모을 수 있었던 까닭은 회사가 데이터를 통해 액체생검 기술이 실제 의료 현장에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투자자들에게 보여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프리놈은 지난 1월 미국 임상종양학회 위장관종양 심포지엄(ASCO GI)에서 자사의 혈액검사가 대장직장 선종(AA)을 진단하는 데 있어 대변 기반 검사보다 더 정확함을 보였다. 522명을 대상으로 한 다기관임상에서 프리놈의 혈액검사는 90%의 특이도, 41%의 민감도를 보였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대변검사의 민감도 24%를 프리놈의 혈액검사가 넘어선 것.
또한 프리놈은 자사의 혈액검사가 "1기·2기 결장직장암을 혈액검사를 통해 94%의 민감도와 94%의 특이도로 검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특이도란 양성을 양성이라고 할 확률이며, 특이도는 음성을 음성으로 올바르게 판정할 확률이다.
프리놈은 혈액 속에서 암과 관련한 바이오마커를 찾아네는 데 있어 '다중오믹스(multiomics)'기술을 이용하고 있다. 세포에서 떨어져 나온 DNA(cell free DNA)와 단백질체, 전사체, 유전자의 메틸레이션 등을 복합적으로 분석한다. 액체생검에 도전하는 많은 경쟁사들이 혈중 DNA를 분석하는 데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 회사의 첫 번째 액체생검 서비스인 ‘PREEMPT CMC’는 대장암 조기진단을 목적으로 임상을 진행 중이다. 현재 2만5000명 대상의 대규모 임상을 진행 중이며, 환자 모집이 거의 끝난 상태다. 프리놈은 이번 투자금으로 PREEMPT CMC를 고도화하고, 자사의 액체생검 분석기술을 다른 암종으로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싸이토젠 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 등이 액체생검 기반 암 진단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