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이 '뉴삼성'을 강조한 삼성전자가 '젊은 리더'들을 대거 임원으로 발탁하며 세대교체를 가속화했다. 앞서 기존 DS·CE·IM부문장을 모두 바꾸는 등 과감한 사장단 인사에 이어 9일 정기 임원인사도 단행했다. 30대 상무, 40대 부사장 등을 대거 배출한 게 눈에 띈다.37세 상무, 45세 부사장 나왔다이번 임원 인사에서 승진자는 부사장 68명, 상무 113명, 펠로우 1명, 마스터 16명 등 198명이다. 지난해(214명)보다는 승진 규모가 16명 줄었지만 최근 인사제도 개편에 따라 부사장과 전무를 통합한 뒤 부사장 승진자를 68명 배출해 차세대 최고경영자(CEO) 후보군을 두텁게 했다.
앞선 7일 발표된 사장단 인사에서는 기존 대표이사 3인이 모두 교체되고 CE부문과 IM부문이 세트부문으로 통합되며 사업부문이 3개에서 2개로 바뀌는 변화가 있었다. 여기에 더해 직급과 연차에 상관없이 성과를 내고 성장 잠재력을 갖춘 젊은 핵심인력을 중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번 부사장 승진자 중 40대는 10명으로 역대 중 가장 많았다. 최연소 부사장은 삼성리서치 김찬우(45) 부사장이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출신인 김 부사장은 음성처리 개발 전문가로, 음성인식 기술 고도화를 통해 전략 제품을 강화한 점을 인정받았다. 무선사업부 홍유진(49) 부사장은 여성으로, 폴더블폰 등 무선 제품의 사용자경험(UX)을 주도했다.
성과주의·세대교체 원칙에 입각해 30대 젊은 임원들도 전진 배치됐다. 이번 인사에서 30대 상무 승진자는 4명으로 역대 최대 타이 기록이다. VD사업부 소재민(38), 삼성리서치 심우철(39), 반도체(DS) 메모리사업부 김경륜(38), DS 시스템LSI사업부 박성범(37) 상무 등이 그 주인공이다.
승진 임원 중 최연소는 1984년생인 박성범(37) 신임 상무다. 그는 모바일 프로세서 설계 전문가로 2012년 삼성전자 입사 9년 만에 임원으로 승진했다.
삼성전자 최연소 부사장과 상무 승진 기록이 이번에 깨지진 않았다. 최연소 부사장 기록은 2001년 43세에 부사장으로 승진했던 김인주 전 사장이다. 최연소 임원 기록은 현재는 퇴사한 인도 국적 프라나브 미스트리씨로 그는 2014년 33세에 상무로, 2020년 39세에 전무로 승진한 바 있다.여성·외국인 임원 대폭 확대삼성전자는 다양성·포용성을 강화하기 위해 외국인과 여성 승진자를 늘렸다. 외국인·여성 신임 임원은 17명으로, 전년(10명)보다 7명 증가했다.
특히 생활가전사업부 CX팀장 양혜순(53) 상무가 부사장으로 단숨에 도약했다. 그는 비스포크 콘셉트 개발을 통해 소비자 취향에 따라 다양한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는 맞춤형 가전 시대를 개척한 공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2017년 11월 상무 승진 후 4년 만에 부사장까지 올랐다.
또 상무급에서 세트부문은 ▲VD사업부 Product S/W Lab장 강은경(49) ▲삼성리서치 On-Device Lab 김유나(42) ▲SEH-S법인장(헝가리) 김향희(49) ▲네트워크사업부 Call S/W개발그룹 윤보영(44) ▲생활가전사업부 경험기획그룹장 이보나(48) ▲글로벌마케팅센터 브랜드전략그룹 이선화(46) ▲무선사업부 전략제품디자인그룹장 이지영(45) ▲한국총괄 Retail Communication그룹장 이현정(50) ▲VD사업부 UX팀장 최유진(42) 등이 승진했다.
아울러 DS부문은 ▲메모리사업부 DRAM설계팀 오름(44) ▲시스템LSI사업부 영업팀 연지현(47) ▲Foundry사업부 제품기술팀 정신영(48) 등이 승진자에 이름을 올렸다.이재용 '뉴삼성' 체제 강화이번 삼성전자 인사는 지난해 10월 고 이건희 회장 별세 후 이 부회장 체제에서 두 번째 단행된 인사다. 부사장·전무 직급을 통합해 임원 체계를 부사장과 상무 2단계로 단순화하고, 승진 때 요구되는 직급별 연한을 폐지하는 내용으로 최근 인사 제도를 개편했다.
이 부회장이 조직 세대교체를 통해 능력 중심의 수평적 조직 문화를 확산해 '뉴삼성'에 더욱 속도를 내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새로운 인사 제도 개편이 안착하면 앞으로 젊은 임원과 부사장 수가 더욱 늘어나고 연령대가 낮아지며 다양성도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에서 언제 첫 여성 사장이 배출될지도 재계 안팎 관심사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부사장은 나이와 연공을 떠나 주요 경영진으로 성장 가능한 임원을 중심으로 승진시킬 예정이다. 핵심 보직에 전진 배치해 미래 CEO 후보군으로 경험과 자질을 키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