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성추문 돕던 쿠오모, CNN 퇴직금 못 받고 출판계약도 해지

입력 2021-12-09 07:29
수정 2021-12-20 08:56


친형 앤드루 쿠오모(64)전 미국 뉴욕주지사에 이어 본인도 성추문의 주인공이 된 크리스 쿠오모(51)가 CNN에서 쫓겨나면서 퇴직금도 수령할 수 없게 됐다.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제프 저커 CNN 사장이 이날 직원들과 타운홀 미팅에서 크리스에게 퇴직 수당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저커 사장은 크리스가 앤드루의 성추문 대책회의 참석 의혹이 제기된 지난 5월, 휴직을 원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또한 크리스가 자신을 비롯한 CNN 임원들에게 형의 성추문 수습 연루설과 관련한 사실관계를 축소 보고했다는 설명이다.

크리스는 ABC를 거쳐 2013년 CNN에 합류하며 간판 앵커로 성장했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쿠오모 프라임 타임'이라는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로 활약했고, 그의 형을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시키며 이미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앤드루가 성추문에 휩싸인 후 상황이 달라졌다. 뉴욕주 검찰총장실 조사 결과, 크리스가 형의 성추문 대책회의에 적극적으로 관여한 사실이 드러난 것.

크리스는 형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기자들의 취재 상황을 꾸준히 확인했고, 지난 3월에는 형의 최측근에게 "결혼식장 여성에 대한 단서가 있다"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결혼식장 여성'은 앤드루로부터 결혼식 피로연에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피해 사실을 공개한 애나 러치를 의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크리스는 형의 참모진에게 자신을 비롯한 외부 인사의 조언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하는 등 성추행 대책에 적극적인 관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자신의 성추문까지 불거졌다. 고발자는 앞서 앤드루를 성희롱으로 고발한 그의 보좌관 샤롯데 베넛의 변호사인 데브라 카츠 변호사였다. 카츠 변호사는 "크리스가 내 고객에게 '심각한 성적 불법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CNN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크리스가 형을 변호하기 위해 취한 행동에 관해 우리가 받은 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성추행 주장을 인지했다"며 "우리는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였고, 즉각적인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면서 크리스의 신간 '깊은 부인' 출간도 중단됐다. 출판사 파서스콜린은 '깊은 부인' 출간 계획을 백지화 한다고 밝혔다. 아마존 닷컴 등에 등록된 책 소개에는 "팬데믹과 트럼프 집권기를 통해 노출된 미국의 불편한 진실에 대한 도발적 분석"이라고 돼 있다.

위성 방송사 '시리우스 XM 홀딩스'가 방송하는 평일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도 퇴출 당했다. 사실상 방송가에서 언론인으로서 입지가 유명무실해진 것.

CNN에서 해고를 결정한 후 크리스는 자신의 트위터에 "CNN에서 보낸 시간이 이렇게 끝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억울함을 호소했고, 대변인인 스티븐 골든버그도 성명을 내고 "사실이 아니며 검증되지 않은 의혹"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퇴직금과 신간 출간, '시리우스 XM 홀딩스' 방송 퇴출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