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여군 출신 탈북 여성이 성폭행 피해를 고백하면서 북한 군대 내 성범죄 실태를 전했다.
전직 북한 여군 제니퍼 김 씨는 최근 진행한 미국 워싱턴의 민간단체 북한인권위원회(HRNK)와 영상 인터뷰에서 "북한 여군에 대한 가장 심각한 인권 침해는 성폭력"이라며 "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70%의 여군이 성폭행이나 성희롱의 피해자고 저 역시 그렇다"고 말했다.
김 씨는 "조선노동당 입당 결정 등에 막강한 권한을 가진 정치 군관의 요구를 거부할 때 자신의 미래가 송두리째 날아가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면서 그 역시 "23세 때 부대 정치 군관에게 성폭행을 당했고 이후 군의관으로부터 마취 없이 강제로 낙태 수술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김 씨는 또 "그때의 상처와 고통은 여전히 나를 괴롭힌다"며 "그 경험은 정신적으로 힘들 뿐 아니라, 아기도 가질 수 없고 좋은 결혼생활을 하기도 힘들다"고 전했다.
김 씨는 2018년에도 휴먼라이츠워치의 북한 관리들이 여성들에게 자행하는 성폭행, 성추행 실상 보고서에서 성폭력 피해를 고백한 바 있다. 당시 김 씨는 "북한 여성들은 성폭행이나 성추행이라는 말조차 잘 알지 못한다"며 "저 역시 중국에 가서야 처음으로 그런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북한에서는 여성이 당에 입당하기 위해 성 상납이 상식이고, 군대에서도 진급을 위해 그렇게 해야 한다고 알려졌다.
영국에서 북한 인권 운동가로 활동하는 북한 출신 박지현 씨도 지난달 유엔 여성기구 영국 국가위원회(UN Women UK)가 시작한 '젠더 기반 폭력 추방을 위한 16일의 캠페인' 발대식에서 북한 여성들이 겪는 다양한 폭력 피해에 대해 전한 바 있다.
박 씨는 또 영국 여성단체전국연맹(NAWO) 홈페이지 기고를 통해 "김 씨 남성 왕조의 통치하에 북한 여성은 권리가 없다"며 "북한은 성폭력, 성추행 문제에서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더 욕을 먹는 사회이며, 남자가 여자한테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할 수 없다. 아주 심각하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와 함께 자신이 겪어야 했던 인신매매 피해와 폭력 피해를 전하기도 했다.
박 씨는 "폭력의 사각지대에 놓인 북한 여성을 대변하고 국제사회가 북한과 중국 지도부의 만행에 관심을 갖고 개선을 압박하도록 하기 위해 캠페인에 동참했다"며 "성인지 감수성과 성폭력 등 모든 형태의 폭력에 대해 인권 의식이 없는 북한 주민들에게 교육적 차원의 외부 정보를 적극적으로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3월 시민단체 군인권센터가 발표한 '북한군 인권 실태 조사'에서도 상급자인 남군 장교가 하급자인 여군 병사를 대상으로 성폭력을 저지르는 문제도 보고됐다. 성폭력 피해자들은 북한 사회의 가부장적 문화와 군 위계질서 등으로 은폐됐다가 수면 위로 떠오를 경우 낙태 등을 강요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형법에 의거 상관의 위력에 의한 성폭력에 대해 2년 이하 징역, 엄중한 경우 5년 이하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 인권단체들은 "관리들의 부패와 위력, 가부장적 문화 때문에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게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