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개인연금 가입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들 세대의 개인연금 계좌 수는 최근 50대 계좌 수를 넘어섰다. 평균 수명이 점차 늘어나는데다 노후 빈곤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일찌감치 은퇴 준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펀드 대신 상장지수펀드(ETF)에, 국내 대신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게 MZ세대의 연금 투자 트렌드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ETF가 대세8일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2030세대 개인연금 계좌는 지난해 11월 13만9605개에서 올 10월 말 35만2717개로, 1년 새 153% 급증했다. 2030의 개인연금 계좌 수는 50대(33만1284개)보다 많았다. 2019년만 해도 2030세대 계좌 수는 7만7985개로, 50대(14만9261개)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MZ세대로 불리는 2030세대의 연금 투자 포트폴리오는 국내보다 해외 비중이 높았다. 국내 비중이 높은 중장년층과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2030세대의 해외 투자 비중은 57%로 집계됐다. 40대는 51%, 50대 48%, 60대 이상은 46%로 나타났다.
2030세대는 전체 해외 포트폴리오 가운데 미국 비중이 절반 수준(48.4%)을 차지했다. 중국 비중은 14.8%에 불과했다. 50대는 미국(31.3%) 중국(29.4%) 비중이 엇비슷했다. 다만 60대 이상은 미국 비중이 61.0%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젊은 세대의 경우 미국의 성장성에, 나이 드신 분은 미국 증시의 안정성에 무게를 두고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과거 대부분이 펀드 위주로 연금을 투자해온 것과 달리 젊은 세대는 ETF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 2030세대의 ETF 비중은 41.1%에 달한다. 업계에선 조만간 ETF가 펀드(49.2%) 비중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60대 이상은 74.5%가 펀드에 담겨 있다. 40~50대 역시 개인연금 자산 중 60~70%가 펀드다. MZ세대가 택한 연금 ETF는?2030세대는 미국 성장 기업에 주로 노후를 베팅하고 있었다. 이들이 가장 많이 담고 있는 것은 ‘TIGER 나스닥100 ETF’다. 미국 나스닥100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다. 장기적으로 혁신기업이 몰려 있는 나스닥이 우상향할 것이란 믿음이 반영됐다.
뒤를 이은 것 역시 S&P500지수 상승률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TIGER 미국S&P500 ETF’와 ‘KINDEX 미국S&P500 ETF’로 나타났다. 상위 10개 상품 중 뉴욕증시를 대표하는 지수와 미국 혁신기업에 투자하는 ETF가 8개에 달했다. 나머지 2개는 중국 기업에 투자하는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 ETF’(4위), ‘TIGER 차이나항셍테크 ETF’(8위)였다.
2030세대가 가장 많이 투자한 일반 펀드는 아마존, 알리바바 등이 포트폴리오에 담긴 ‘미래에셋글로벌그레이트컨슈머 펀드’였다. 2, 3위는 ‘미래에셋전략배분TDF2025’와 ‘미래에셋전략배분TDF2045’가 차지했다. 목표 시점이 2025년으로 짧아 주식 비중이 낮고 채권 비중이 높은 TDF2025와 주식 비중이 높은 TDF2045에 고르게 분산된 모습이다. 미래에셋전략배분TDF2025는 60대 이상이 개인연금으로 가장 많은 자금을 투자하고 있는 상품이기도 하다.
미국 ETF가 투자 1순위를 차지하고 있는 20~40대와 달리 50대와 60대 이상의 경우 TIGER차이나전기차SOLACTIVE ETF를 가장 많이 담고 있었다. 최종진 미래에셋증권 연금본부장은 “MZ세대는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기존 세대보다 많아 연금을 단순하게 노후 대비가 아니라 투자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며 “글로벌 기업에 친숙한데다 실시간으로 거래할 수 있는 ETF의 장점 때문에 해외 ETF를 선호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